문득,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었다
미처 수습하지 못했던 삶의 잔해가
휑하니 널브러진 곳에
내가 애써 외면했던 아픈 시간들이
차라리 착한 꿈이 되어,
안개 같은 인간의 숲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먼 하늘에서 살며시 내려 온 태양도
대지를 포옹하며, 골고루 구석 구석에
눈물어린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안한 건, 오직 나 밖에 없었다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달아나는
내 마음은 여전했다
꿈꾸던 아름다운 삶이 늘 그렇게,
나를 지나쳐 앞서 달려간 것처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나
원래 잃을 것도 없건만,
왜 항상 잃고 살아왔다고 느껴졌던지
그렇게 홀현(忽顯)한 구름처럼 걷다 보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이윽고 나도 없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위로
창망한 허공만 푸르게 빛난다
하늘에 이르는 길이
더 이상, 지상(地上)의 길이 아닌 곳에서
내 앞에 소리 없이 열린다
누군가 오래 전 부터 마음 한 자리 비워둔 곳에
비로소 즐거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야릇한 영혼 하나가
하늘에서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다
그와 인사를 해야할지,
망설여 진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미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 Free As a Bird / Ofra Harnoy [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