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세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불행(不幸)의 칠판 위에 행복을 쓰던,
투명한 혼(魂)의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아무 것도 꿈꾸지 못하는 기억(記憶)이 되어,
날마다 내가 보는 세상의 기록만을 담담히 주장할 뿐이지만
그래도 간혹 당신은 뭇 인생(人生)들이 뿜어내는 땅 위의 찬바람을 뛰어넘어,
노을의 붉은 속을 거니는 검질긴 아픔으로 내 앞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제, 영혼의 중심점(中心点)을 싸고 도는 당신의 힘찬 선회(旋回)를
스스로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내 마음을 슬픈 휴식으로 이끄노니,
쇠약과 선망의 가슴으로, 줄어든 지상(地上)의 날들 위에
나의 마지막 시간에나 걸어봄직한
애달픈 소망 하나 풋풋하게 써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후(後),
이런 어줍은 짓을 한지도 꼭 반 평생이 흘렀습니다
오직, 부끄럽기만한 삶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