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 안희선
맑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열린 귀처럼
찍혀지는 마침표
죽은 후에도 쓰는 시
너무 힘겨워
차마 읽지 못합니다
이제 유카리 나무 아래
편안히 쉬세요
G 마이너로 연주되는
당신의 영혼이
조용히 울리는 밤
홀로 떠는 현(絃)이
어둠 속에
환합니다
* 김종삼 金宗三 [1921.3.19 ~ 1984]
시인.
출생지 : 황해도 은율
주요저서 : 《원정》 《돌각담》《십이음계》(1969),
《시인학교》(1977),
《북 치는 소년》(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3)
황해도 은율
출생. 평양의 광성보통학교 졸업 후 일본 도요시마[豊島]상업학교를
졸업하였다. 그후 영화 조감독으로 일하였고 유치진(柳致眞)에게 사사,
연극의
음향효과를 맡기도 하였다. 6·25전쟁 때 대구에서 시 《원정(園丁)》 《돌각담》
등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1957년
전봉건(全鳳健)·김광림(金光林) 등과 3인
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를, 1968년 문덕수(文德守)·김광림과 3인
연대시집
《본적지(本籍地)》를 발간하였다. 초기 시에서는 어구의 비약적 연결과
시어에 담긴 음악의 경지를 추구하는 순수시의 경향을 나타냈다. 이후
점차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며,
과감한 생략을 통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였다.
시집
《십이음계(十二音階)》(1969), 《시인학교》(1977), 《북치는 소년》(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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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김종삼
이면우
하루 여객열차 세 번 서는 간이역
회덕역 앞 김종삼 약국 새로 생겼다
저녁 어스름이 띄운 연꽃
간판 아래
버스 잠시 멈췄을 때 생각났다
하늘나라에서 김종삼
다시 살고 오라고 몰래 지상에 내려보내며
이번엔 좋은 시 읽기만 하고 오라
술보다 좋아하는 음악 종일 틀어놓고
가족 잘 돌보고 두루두루 신세 갚고 오라
그래 간판도 무지 크게 달고
강 건너 먼데서도 아픈 이들
잘 찾아오라며 불도 이른 저녁부터
저리 환히
밝혀놓고
[문학사상 2003년 7월호 게재]
詩 <행복한 김종삼> 에 대한 이면우 시인의 편지
7월에 발표한 시 "행복한 김종삼"을
비롯한 이면우 시인의 최근 시 3편을 소개하면서
제가 꼬리글을 단 것을 접한 이면우 시인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내왔습니다.
*
행복한 김종삼에 대한 제 마음은 이렇습니다.
생활이 무어란 걸 처음 깨달아가기 시작한 소년
적부터 하루 밥 세끼 먹고 일하고 씻고
가족과 함께 잠들고 하는 일상이 가장 소중한 것이며
아득한 때부터 이제껏 세상의 모든
사내들이 그토록 간절히 꾸어온 꿈이었음을 감지하는
지금까지, 어떤 빼어난 분들이 그걸 우리 같은 속인들에게 일깨워주고자 온몸을 던져
앞서 가셨다! 고 느끼게 되는 저녁이 있고
김종삼 시인은 그중 한 분이시겠지요. 약사 김종삼님을 만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으므로 아직 못 만나봤지만 행복할 거라고 짐작해보는 겁니다.
왜냐하면 오늘을 사는 보일러공인 제 자신이 누리는 일상 중에서
어떻게 이런 충만한
시간이 내게 허락됐을까! 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순간이 있고 바로 그때, 김종삼 시인의
시와 삶을 떠올리며
오늘의 그가 지금과 이후로 누릴 , 속인의 잣대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지복에 대하여 몇방울 눈물을 헌정하는
것입니다.--[07/3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