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高麗葬)
얘야, 그만 내려 놓지 그러냐, 그만 됐다니까, 더 가봐야 무슨 놈의 경치 더 볼게 있다구, 됐다, 그만 내려 놓구 가거라, 나도 이리 숨이 찬데 넌 얼마나 힘들겠느냐, 눈물이 쑥 빠지고 있잖냐, 네 다리가 후들 거리니 내 맘이 안절부절 인걸 왜 모르는 겐지, 그래,천하절경 이로구나, 사시사철 공활한 하늘, 푸르디 푸른 그 호수, 얼음 녹아 흐르는 그 강물, 그래, 밴프며 록키며 내 어찌 잊겠느냐, 이미 족한걸 너도 알고 있잖냐, 네 덕분에 천하의 알바타 소고기도 맛 보구, 나무 때서 바베큐두 먹어 보구,시원 찮은 이로도 어찌나 술술 넘어 가던지 내 정말 잊을 수가 없구나,그러니 그만 내려 놓구 가거라, 돌아 갈 길 생각 해야지, 곰도 나온다던데, 안다, 네 맘 다 안다, 그만 내려 놓거라,네가 끊어준 비행기 타고 올때 하늘에서 본 그 눈 덮힌 산이 어찌나 아름 답던지 천국을 보는 것 같았다, 내 이미 부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더구나, 아범아, 네가 날 말려 죽이려는 게냐, 어여 내려 놓구 가라니까, 애들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된장에 묻어둔 깻잎은 제대로 맛이 들런지 모르겠구나, 서둘러 가야지,애들한테 이 할미는 잘 아주 잘 있다구 전해 주고, 이 늙은이가 망령이지, 별 걱정을 다 끼치는구나,늬들 잘 되는게 늘 내 기도 였느니 그렇게 되기만 또 기도하마,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타는구나,아범아,혹시 사탕 가진거 있냐, 아직 볕이 좋은데 졸음이 오는구나,네 등이 왜 이리 따순지 졸음이 오는구나,퍼떡 내려 놓구 내려 가거라, 어려서 그리도 고집 세더니 끝내 애미 말을 안 들을 심사로구나, 어여 내려 놓고 돌아 서거라, 어여, 어찌 공기가 이리 맑고 좋으냐,나무 냄새가 솔솔 코를 찌르는 게 너무 편안 해지는구나,아,참 좋구나 , 괜찮다, 괜찮아, 사내가 함부로 울면 안된다 하거늘 왜 이리 질질 짜는게냐, 힘이 부치는구나, 어여 내려 놓거라,어여, 그래, 착하지 아범아, 산에선 해가 짧다는 거 잊지 말고 , 어여 어여 ( 2004.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