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타오르는 호젓한 길 주변(周邊)에
차가운 시냇물의 향기가 그윽한 날에는
각혈하는 산들의 신음을 들으며
숲으로 길게 드리운 오솔길을 거닌다.
지상의 모든 날 위에 잘못 붙여진
나의 헛된 장식(裝飾)을
무리지어 흐르는 가벼운 구름에 실려 보내고,
낯선 미지의 풍경에 벌거벗은 몸으로
숱한 햇빛 속에 메마른 가슴 드러내면
오래 전에 놓여진 삶의 쐐기들은
이젠, 더 이상 눈익은 함정이 될 수 없어
저멀리 어두운 언덕을 따라 뒷걸음 친다.
숲에 깃들었던 새로운 침묵은
맑은 목소리로 깊어가는 계절을 알려주고
나는 짐짓, 삶의 마지막 감동으로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함초롬히 끌어안고
새로이 시작하는 순박한 언어(言語)로
너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사색은 잠시 미정(未定)인 양,
홀로 자유로워
고요에 고요를 덧보태는 시간 속에서
홍보석처럼 반짝이는 빈 줄과 공백으로
가득 가득 채워진
나의
가장 긴 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