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 어린 시절에
지금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웠던 흑백사진 같은 그 때에
단체관람으로 가서 보았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
주인공이 가슴에 총을 맞고 전우들에게
이런 저런 당부를 한참인가 하고 나서
눈을 감기에 이제는 죽나보다 했는데,
또 다시 눈을 뜨고 무슨 말을 계속 하면서
혼자 웃고 울고 하다가,
그렇게 또 한참을 있다가 전우의 품 안에서
가까스로 죽었다
그때, 그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슬프게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운 채,
집으로 돌아 오면서 사람은 총을 맞아도
그렇게 한참을 살아있으면서
못다 한 말 모두 다 하고,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랑도 다 말하고,
남은 사람들에게 애틋한 그리움이 된 채
죽는 줄 알았다
정말, 목숨은 소중하고 삶은 뜨거운 것이기에
끊어지기도 그렇게 힘든 걸로 알았다
TV를 켜니, 오늘도 뉴스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그들의 삶을 접고 있다
아무런 느낌도 없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그리움도 되지 못한 채
문득,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그리워진다
인간의 따뜻한 숨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영화 제목도 '돌아오는 해병'으로 고치고 싶어진다
그렇게 한참을 걸려 죽어도, 그 누구의 가슴에
뜨거운 그리움으로 남았을 그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