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눈이 내리는 이국(異國)의 밤.
창 밖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소리에
아지못할 그리움으로 몸을 떨던 시간들이
두런 두런 속삭입니다.
그 속삭임에 등 떠밀려, 창백한 가로등 불빛에 섞여,
무작정 거리를 걷고 싶어집니다.
그러다가, 어느 늦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가슴 따뜻한 차(茶) 한잔으로
길고 긴 이곳의 고독한 추위를 녹이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거짓없는 시선으로
두드러진 눈동자를 꿈꾸면서,
세상 저 깊은 곳의 빛깔로 비워지는 영혼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슬프도록 충혈된 발자국들이 거리에 흩어졌나 봅니다.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익숙하여진 그리움이
싸늘한 바람에 잔뜩 갈기를 세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때로는,
계절 하나만으로도 벅찬 시(詩)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커다란 하나의 느낌으로 전에 어디선가 서로 마주쳤던
눈동자와 같은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싶어집니다.
가능하다면, 속속들이 눈에 보이는 투명한 마음으로...
나 조차 잊은 채, 그렇게 밤거리를 걷고 싶어집니다.
그러다가, 꾸밈없이 드러난 얼굴 위에 맺혀진 미소가
한장의 정갈한 흑백사진처럼 내 마음에 찍히면,
그리움의 숙소에 머물던
사랑이 나를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따뜻한 호흡으로,
전혀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