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과차를 마시며 시 / 조윤하 ****
참으로 오랫만에
귀국하면 꼭 들려 보리라던
인사동 골목길
거기 카페 "귀천”
시인이 놓고 간 넋을 안고
찻물을 울궈내는 아주 동글한 여인
좁은 공간 가득
향기를 나르고 있는
그의 아내가
모과차를 권한다.
코끝에 아려오는 냄새로
벽에 걸려 있는
시인의 웃음을 받는다.
어찌 그리 넉넉한가.
가난했다던
그가
茶香일까. 詩香일까.
흠뻑 젖어 있는 실내가 평화롭다
시인이 소풍왔다 떠난
이 세상 자릿터엔
아쉬운 이들만 모여
한모금 차로 가슴 적시고
그가 돌아가 머무는 하늘끝엔
낙엽바람이 내려와
어지럽게
골목길을 쓸고갈 조짐이다.
한모금 또 한모금
모과차를 마시며
그의 시 한잔도 마신다.
* 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카페" 귀천 " 에서.
2002년 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