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슬픈 시간은
침묵의 몸짓으로
눈 앞에 다가섰다.
지상에서의 가녀린 맥박은
삶의 그늘 속에 추억으로 포개져
힘겨운 호흡처럼 끊어질듯 이어지고
이제는 안간힘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려 한다.
아, 헤어짐은 차라리 재회(再會)의 갈망.
석류처럼 붉은 가슴은
마지막 호흡을 위해, 밤을 밝힌다.
그대 위한 손길 모아 아껴둔 촛불 하나,
희미한 빛을 발하고.
머문 시선 고여진 뜨거운 눈물이
구슬픈 밤소리에 몸 가누지 못해 젖어흐르면,
적막으로 피어오른 밤안개는
하얀 밤 밝히는 고요한 이별의
쓰라린 입김.
홀로 외로워
가슴에 남은 건
아롱져 맺힌, 새벽의 이슬.
하지만, 따뜻한 영혼의 그대여
하늘 깊은 천국에서
이제 그대 비로소 평안하기를
나 또한, 그곳에서
그대를 다시 만나 뜨겁게 포옹하리
지상의 못다한 인연을 다시 노래하리
하늘의 부르심,
기쁘게 받는 그 날에.
* 한 번도 뵙지 못한, 뜬구름 시인님... 하지만, 시를 통해
오랜 벗 같은 느낌이었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