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8일 뜬구름(김대식)님이 이곳 게시판에 올리셨던 시 '눈이 그치면'을
올려봅니다. 그분이 올리셨던 시를 어제와 오늘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민오신지 8년정도 되는동안 그로서리 헬퍼를 하고 기자로 일하면서 비록 경제적으로는 넉넉치 못했지만 항상 정직하고 바르게 사셨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두 아들에게는 더욱 자상하고 좋은 아빠였다고 하는데...슬픔에 잠긴 두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도 장례식에 참석을 하려고 합니다. 부디 두 아이와 함께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미망인께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리며, 이곳에 친지나
이웃이 많지 않다고 하니 많이 참석하여 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날카롭고 재치넘치는 사회풍자적인 글들과 아름다운 시로써 캘거리 한인들에게 많은 위안과 희망을 주셨던 김대식님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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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그치면
문득
너를 보았어
젊은날의 우리가
그래서
마구 눈물로 뛰어 다니던
기억 저만치에
어쩌자고 아직도
연필심 처럼 박혀 있는지
눈발 휘 날리는 꿈 속에서
너를 보았어
죽고만 싶어
몰래 몰래 깨어난 겨울 아침,
뒷짐 지고 버티고 선 눈의 무게에
문은 내내 열리지 않았어
눈이 그치면,
오랫동안 가두어둔
그리하여 짓 무른 영혼이
주섬 주섬 햇살 입고
일어 날수 있을까
그 날에 눈이 그치면,
널 두고 온 하늘 가득히
피 처럼 흥건한 노을
다시 퍼 담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