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시는 길위에 / 조윤하
죽은 듯 침묵하던 나무 등걸마다 싹 눈 트며
봄 꽃들도 벙글어 오는데
오늘 그대 머물던 이
길을
아쉬운 손 한번 흔들어 줌 없이
뒷짐 지고 황망한 걸음 옮기시나요.
가슴 속 깊게 품었던 이상(理想)의 별들
자리
매김도 채 이루지 못하고
이리도 서둘러 길 떠나심이 어인 일이신가요.
우리들 먼 이역(異淢)의 땅
너 나 없이 외롭고 시린
가슴일 때
보이지 않던 자리에서 빛처럼 밝던 그대
그대 있어
긴 겨울 따스했고
그대 있어
꽁꽁했던 가슴 풀어주던
글
그 펜대 영원한 침묵으로 꺾고
홀홀 뜬 구름 되어 흘러 가심에
도저히 쉽게 접을 수 없는 이
창망함이라니요
언제부턴가
우리안에 소중했던 그대
돌아 앉은 슬픔에
입안 가득 눈물 고인 이 아침,
봄 꽃이 하얗게
아스러집니다.
다만 그토록 서둘러야만 했던 길이라면
그대 가벼운 깃털로 영원한 안식의 자리에 누워
여전한 별이 되어 우리들 밤
하늘에 눈 길 모아주소서.
그대여 부디 고이고이 영면하소서.
07. 5. 15.
* 뜬구름 시인님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