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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식 시인님 장례식에 다녀와서
작성자 내사랑아프리카     게시물번호 -8416 작성일 2007-05-15 19:09 조회수 1288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저 또한 외로운 사람이라 더 아픕니다. 그 분의 싸늘한 손을 잡으니 눈앞이 흐리기만 합니다. 장례식을 다녀 와서 김대식 시인께서 남기신 시어 몇 조각을 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조각 한조각이 상처가 되어 제 심장을 찌릅니다. 저도 언젠가 가야 할 길을 가야하겠지요. 그리고 그 길의 동반자를 기억과 회상으로 간직하렵니다.

-내사랑아프리카 올림
 
 
 
 
1. 꿈을 꾸던 님을 떠나 보내며
고 김대식 선생님의 장례식에 다녀 왔습니다. 그래야 될 것 같았습니다. 선생께서 어제신문이라는 것은 얼마 전에야 알았습니다. 뜬구름 시인이 같은 분이라는 것은 부음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선생과 이메일을 주고 받은 적도 없고 생전에 뵌 적도 없습니다. 사회비평, 신문모니터링, 그리고 시로 꿈을 노래 한 그 분이 거기 누워 계셨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분의 손을 잡았습니다.

선생께서 남기신 가장 짧은 시. 시라기보다는 꿈과 고백의 언어는 단 두 줄의 시어로 시작하여 끝맺습니다.

캘거리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
詩 & Dream !!!

힘든 이민지에서 그 분은 시를 사랑했고,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처연하도록 청명한 5월의 캘거리 하늘아래 두 손 모으며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2. 그리움은 삶의 여정

지친 몸, 나무 등걸에 기대 세우고
잠시 서서 숨 고르며 뒤 돌아 보라.
밟고 온 길 마다
묻힌 듯 빛나는 옛날의 금잔디.
눈물 흠뻑 먹고 푸릇하니 누워있는
들판을 보라.
한숨 거두고 지긋이 내려다 보면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는가?
<5월의 눈>에서

우리가 지나 온 긴 여정은 바로 삶의 흔적들입니다. “밟고 온 길마다/ 묻힌 듯 빛나는 옛날의 금잔디.” 길에 밟힌 잔디들은 우리가 만든 인연의 고리, 삶의 업을 고스란히 간직합니다. 먼 이국 땅에서도 옛날의 금잔디는 그의 실존입니다.

젊은 날의 우리가
그래서
마구 눈물로 뛰어 다니던
기억 저 만치에
어쩌자고 아직도
연필심 처럼 박혀 있는지
눈발 휘 날리는 꿈 속에서
너를 보았어
<눈이 그치면>에서

그러니까 우리의 삶을 아로새긴 것은 머리 속의 기억이 아니라 실존적 삶이 표상된 것입니다. 언젠가는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겠지요. “눈이 그치면,/ 오랫동안 가두어둔/그리하여 짓 무른 영혼이/주섬 주섬 햇살 입고/일어 날수 있을까

잠을 잔다.
꿈을 꾸면 숨 쉴수 있을테니까,
강 건너 불빛 환히 보이는 언덕에
하얗게 빛나는 나무
<하얀 나무>에서

3. 떠나는 슬픔과 미학
슬픔은 떠나는 것이고 남기는 것입니다. 이별은 남은이나 떠나는 이나 모두 허망한 일입니다. 만일에 만남이 물리적 고리로만 남는다면 우리가 “삶”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 조우를 멀리해도 언제나처럼 내 삶의 전부로 남는 너, 그리고 그것을 그리움이라 일컫습니다.

흔들리는 들꽃으로 너를 남긴다.
널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리움 만으로 많이 행복하다.
<들 꽃>에서

4. 열정을 쏟고
많은 분들이 고인의 가시는 길을 애석해 합니다. 시인께서 남기신 족적이 불꽃같고, 그래서 너무나 강렬해서, 그리하여 인연의 고리가 너무나 짧게 느껴집니다.

여름 한철
네 손톱을 물들이기 위해
돌로 찧어지던 봉숭아 꽃잎처럼
일그러진 내 사랑을 보아다오
붉은 피 쏟으며 흐르던 정열을,
혼자 머뭇대던 사랑을,
뭉그러져 구르던 그 눈물을,

<상처>에서

그렇습니다. 시인께서 남기신 유산은 생의 불꽃입니다. 그 불꽃을 다스리기엔 참 아픕니다. “네 손톱을 물들이기 위해 돌로 찧어지던 봉숭아 꽃잎처럼” 그렇게 붉은 색의 정열을 쏟으며 시인은 가셨습니다. 이 아름다운 유산을 간직하는 사람들은 바로 남은 사람들입니다. 삶의 올 하나 하나에 우리의 인연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5. 이별의 만남
이별은 헤어짐입니다. 만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별은 엄숙합니다. 이 별은 또 다른 만남입니다. 텅빈 가슴 속에 차오르는 님에 대한 그리움. 그래서 거기에 삶의 못다한 의미가 뭉게구름처럼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그 분은 “뜬구름”처럼 멀리 떠나가셨습니다.
어쩌면 귀를 잘라 피를 흘린 고호의 고뇌처럼, 시인께서는 그런 정열을 너무나 일찍 소진하셨는가 봅니다. <고호의 피흘리는 마을>의 시는 이렇게 맺습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호의 피흘리는 마을>에서

6. 그대 가시는 길에 달빛이
김대식 시인님 고이 가소서.
님께서 남기신 이 아름다운 시 <먼산>
제 이름을 찾아 드립니다.
김대식 시인

먼 산
-김대식

가다가 온다.
아주 멀리 가다가 되 돌아 온다.
늘 그자리에 만 있을 줄 알았던 산.

세상이 다 잠 들기만 기다려
달아나던 검은 산
돌아와 우두커니 눈 맞고 서 있다.

눈사태처럼 스러져 내리며
겹겹이 어둔 눈물 골을 얼릴 때
묵묵히 다시 체념하는 가슴 위로
핼쑥하니 반쪽만 하얗게 걸리는 달.

님께선 가셨지만, 달빛 고요한 밤이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먼 산처럼,
그대는 흑백의 스틸사진처럼 제 마음의 깊은 곳에 고이 간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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