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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 길에 서서
작성자 조윤하     게시물번호 -842 작성일 2004-11-02 13:29 조회수 1225
 

♣  그 가을 길에 서서 ♣  조윤하

다시 한번 걷고 싶어 기다림 짙게 보채던 가을 길. 이별 아파 낮게 내려 앉은 마른 가슴들 바스락 긁히는 피멍 소리마저 다시 듣고 싶어. 바람 수런대는 길 나섰네.

온산 펄럭이는 만장기 타는 가슴 산그늘 내려와 어떻게 내 가슴 이리 무너지는 슬픔 혼절로 안기는가.

타서 타서 붉은빛 젖은 설움으로 퍼지고 물푸른 호수에도 엎드려 아른 아른 핏물로 고여오는데, 내 가는 길 수북수북 쌓인 낙엽 시린 발 묻어 발끝에 퍼져오는 따슨 온기 가슴까지 차오르는 신열로 눈빛마저 물안개에 갇히누나. 저 가을 길에 누은 종잇장같은 오색의 마른 잎 서로 부비고 포개어진 가벼움 속 젖은 물기마저 다 날려버린 슬픔 그 아래엔 무엇이 있는가.

가을길 벗어나 다시 긴 겨울 머리박은 캄캄한 침묵속 눈뜨는 생명 일으켜 줄 忍冬의 체온 그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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