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졸시를 감상해주시고 평을 해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사랑 아프리카님의 시평을 종종 보아온 저로서는
제 졸시에 대해서도 평을 해주실지는 몰랐습니다.
전 아직 시를 배우는 입장이고 아직 등단은 생각지도 않는
아마추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저의 일상을 통해 느낀 것들을
교민 사회의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종종 님의 평을 여러 곳에서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내사랑아프리 님께서 남기신 글
유장원의 부부관계의 은유
-내사랑 아프리카
1. 부부관계의 은유
유장원 시인님의 시의 소재는 부부의 일상의 삶인데, 이런 일상의 삶을 시적 언어로
환원시키려면 은유적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 은유적 관계의 형성은 언어들의 조합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이 조합 또는 관계가 독자로 하여금
미적 감흥을 일으키게 합니다.
2. 연애는 연애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혁명입니다. 전혀 이질적인 성 (性)과 생각, 습성, 그리고 이 다름을 이어주는 어떤 공통적인 속성들, 이런 관계가 교차되면서 엄청난
감정의 파장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우리는 연애감정이라 하지요.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이면 두 사람이 만났을까요?
왜?
무엇 때문에? 이것은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일 수 있습니다.
천 번 만 번 불러도
언제나 그리운 그대.
내
마음을 다 쏟아 죽고 싶도록 그리운 너.
3. 부부관계의 진부화 또는 상투적 관계
그러나
어느새 두 연인은 결혼을 하고,
서로가 동화되어 가면서
열정의 불화산은 휴화산이 됩니다.
정념의 촛불을 밝히는 다름은
같음이 되고,
서로를 소통시켜준 공통적인 속성들은 동맥 경화증을 일으켜 소통이 안됩니다.
모든 부부관계의 화석화는 일상이
만들어주는 저주.
이것은 다름이 만들어 내는 관계적 새로움의 상실.
이것을 관계의 진부화, 또는 은유의 상투화
(cliché)를
말합니다.
남편에게서 어떤 멋도 발견하지 못하고 무덤덤함.
만나도 할 말이 없음
아내에게선 촌스러움만
남고…….
그러면서 두 관계가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질 못합니다. 즉 꽃피는 봄사월의 결혼반지가 길거리의 돌멩이가 되어 버립니다.
4. 고목에도 꽃은 피고
그런데 이런 부부관계의 진부화는 모든 사람이 짊어져야 할 운명.
이 과정에서 서로를 통해서 다름을 확인하고, 서로를 잇는 새로운 공통의 속성을 발견하면,
새로운 관계의 혁신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5. “굳나잇 허니”라는 살 떨리는 남편의 애교
이 시에서 부부의 관계는 호혜적
(reciprocal)입니다만, 두 관계가 동일하지는 (identical) 않습니다.
나 (남편) ç================è 아내
호혜적이지만
동일하지 않다
즉 두 관계가 호혜적이라도 남편의 영역과 아내의
영역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영역을 잇고 구성하는 주체는 시적 화자인 “나”인데, 내가 나의 영역을 어떻게 구성하고
아내의 영역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두 관계는 매우 다른 의미를 생산하게 됩니다.
1) 남편: 시적 화자, 아내의 관찰자,
2) 아내: 일상의 고분분투, 세월을 거역할 수 없는 육체적 피로
이 두 영역이 소통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내에 대한 연민의 감정 또는 미안함
2) 안마 =>신체적 접촉을 통한 감정의 흐름
3) 삶의 긴장의
해소
4) 마음의 소통
5) 행복
이 과정 속에서 두 분리된 영역간에 발생하는 것은 즉각적인 관계의 융합
(instantaneous fusion) 입니다. 그리고 잠을 청하고 내일 또 떠오르는 태양을 위해 “잘자”라는 인사를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수면).
이것을 다시 말하자면, 부부 관계를 연결시키는 것은 고정된 기계적 관계가 아니라 “되어감”
(becoming)입니다.
즉,
남편을 삶의 동반자로 수용하는 아내,
세월을 먹는 아내,
아내의
피곤함,
아내에 대한 연민의 감정,
아내에 대한 미안함
시간이 빚어내는 삶의 연륜.
6. 후기
부부애가 만들어 내는 은유는 부부 관계가 시적으로 변할 때 가능합니다. 아내나
남편에게 전가된 속성들, 그래서 아무런 의미없는 이 흩어진 속성들을 연결시키면 새로운 은유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주름, 노쇠, 질병, 이런
것들은 연애시절에 상상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삶의 현실로 수용될 때, 그 속에 삶의 연륜이 주는 깊은 의미가 서로 교환될
것입니다. 그런 시적 의도를 저는 이 시에서 읽습니다.
☞ 유장원 님께서 남기신 글
힘겨운 하루의 맺음말이기에 마음이 아리다.
살짝 돌아누워 주무르면 그제서야 멈춘다.
자식들 다 소용없어
그래도 남편이 최고네
피식 웃고말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일상은 언제나 이렇게 마무리지는데
그러기에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것도 항상 지난 다음에야 깨달을 뿐...
아내의 손 마디 마디마다
시간과 시간이 충돌했던 많은 흔적과
언어의 파편들이 그려 놓은 나이테가
깊숙히 그려져 있다.
지긋이 주무르지만
여전히 시간은 짧다.
고마워
졸음에 섞인 목소리가 내 귀에 잔잔히 내려 앉으면
내일의 시간이 떠날 채비를 한다.
이쯤해서 나도 하루에 대하여
인사를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아내에게도
잘자.
우리의 시간은 언제나 짧지만
그 동안만이라도
우리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