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피는 밤
달빛 한 점, 붓에 찍어
그대의 얼굴을 그리네
전생의 오늘이 그러했듯이
오늘도 적요(寂寥)한 달그림자에
실다라이 번져가는 그대의 향기
천지간(天地間)에
아스라히 흘러가는 밤은
홀홀한 가슴의 흐느낌이런가
풍진(風塵) 이승의 펄럭이는 세월만큼
성긴 올 사이 어눌대던 마음을 괴고 괴어
그대의 아련한 미소를 그리네
따스한 허기(虛飢)처럼 영혼에 깃든
천년(千年) 묵은 달빛으로
한 폭의 짙은 사랑을
그리움만 남은 가슴에 치네
볼 때마다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그대를 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