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제작 : 修禪華
길고 긴 날들이 부풀어 올라,
내 야윈 가슴에 품은 공허만큼이나
아프도록 부풀어 올라,
또 다시 메아리지는 순백(純白)의 기억.
추억 물드는 강 언덕에
물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사람이
못내 잊지 못할 그리움을 닮아,
슬픈 오후.
어두운 내 방 푸른 유리창 곁엔
이제 아무런 영상(影像)도 없어,
다만 정처없는 바람에 실려 온
그대의 속삭임.
한때 서둘렀던 다정한 행위는
지난 날의 그리도 고왔던 헌신(獻身)이어서,
차마 잊을 수 없는 따뜻한 포옹.
구름같이 흘러가는 세월의 그림자는
빈 가슴에 출렁이고.
그대도 수 많은 계절 속에서
하늘의 고운 별들과,
푸른 물빛 어리던 강변과,
입 맞추던 깊은 바람과,
피고 지는 꽃들과,
동경(憧憬)에 찬 시간들과,
투명했던 우리의 안식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의 거칠은 삶은 세월 흘러도,
그대의 품 안에서 숨쉬고 있는데.
아직도 눈물 마르지 않은
이 뜨거운 하소연은,
끝내 잡을 수 없었던 행복이런가.
자꾸만 야위어 가는 영혼의 몸짓으로
오늘도 쓸쓸한 저녁을 향해
기울어 가는 그대.
아, 너는 그윽한 종(鐘)소리 다음의
오랜 적막같은 그리움.
내가 죽어 없더라도,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