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남루(襤褸)한 영혼은
널 갉아 먹었구나
미망(迷妄)의 삶으로
널 어지럽게 했구나
나보다 더 불행한 이들을 보면서
난 아니라는, 야릇한 안도감으로
널 힘들게 했구나
이웃이 배 고플 때
내 배 부른 포만감으로
널 슬프게 했구나
남들이 힘들어 할 때
홀로 숨 죽인 나긋한 휴식으로
널 민망하게 했구나
목 마른 이들이 괴로워 할 때
나 혼자만의 목 축임으로
널 안타깝게 했구나
참, 자비(慈悲)로운 세상.
이런 나를
보다 나은 내일 꿈꾸며,
아직까지 살게 해주는 걸 보면
미안하다, 하루여
신선한 절망도 없이
오늘도 네 끝에서,
흐릿한 나는
달콤한 잠만 청(請)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