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처
내 가슴을 보아다오
여름 한철
네 손톱을 물들이기 위해
돌로 찧어지던 봉숭아 꽃잎처럼
일그러진 내 사랑을 보아다오
붉은 피 쏟으며 흐르던 정열을,
혼자 머뭇대던 사랑을,
뭉그러져 구르던 그 눈물을,
여기 이제 나는 본다
사냥꾼 들이 훑고 지나간 흔적처럼
눈 덮힌 가슴을 횡단하는 바람소리를,
점점이 핏자욱 만개한 설원 귀퉁이에
산탄처럼 흩어져 움크린 내 영혼을,
쩡 쩡 얼음장 꺼지는 먼 소리에 갇히며
달빛아래 마취도 없이 절개되는 그 상처를,
(
20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