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시내 운
하늘 높이
한점
연(鳶)
보일듯 말듯
멋대로 날개짓 하다
탯줄 끊기어
뼈골만 앙상이
상수내기에 걸리어
비 바람에
몸을 내 맡기고
그렇게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가는 거야
고목 표피에
덕지 덕지
엉겨 붙은
찌들은 연륜
패전장수의 갑옷 처럼
힘 겨운데
그루터기엔
자라지 않는
나이테만 남기고
그렇게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가는 거야
촌노의
장죽 끝에
까맣게 타버린
권태 스러움
오실이도 없는
사립문 으로
눈길 자주 가련만
굵게 패인 주름새로
그렇게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가는 거야
앞서가는 세월
쉼 없이 쫒다보니
끊겨진
대화
저편
그리운 이
보고픈 이
초상마져
흐미해 지는데
체념으로
단을 묶어
가슴에
묻고
그렇게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