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게 왜 사건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핵심을 찌르는 목소리가 드물다.
한국매체들을 읽어보면 언론들조차 아직 자기 나라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정치의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큰 관심도 없지만,
이 사건은 한 나라의 '정치적 사건'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조금 언급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대통령과 서울중앙지검장 (과거에는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청와대 지하사격장에서 닭피로 언약을 맺은 운명공동체' 라는 오래된 전설이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그 자리에 대한 정파적 권력행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쓴 것이나 다름없는 이 사건은 정말 의외이고 인상적이었다.
싸르니아는 법무부 지휘계통과의 인사협의없이 대통령에 의해 직접 임명된 윤석열 검사 스토리를 읽으면서 문득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떠 올랐다.
로버트 뮬러는 '트럼프 러시아 간첩단' 사건을 수사할 미국의 특별검사다.
백악관을 공포외 패닉에 빠뜨리고, 가뜩이나 좀 정신상태가 이상한 트럼프를 더 미쳐 날뛰게 하고 있는 바로 그 문제의 인물이다.
미국의 시스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도대체 대통령의 각료인 법무부 부장관이 임명한 특별검사 때문에 왜 최고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공포와 패닉에 빠질 수 있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공무원 조직에서 로버트 뮬러같은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자칫 대통령을 잘못 선택했더라도
시스템이 존재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한, 나라 전체가 멸망의 위기까지 치닫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은 어떨까?
이 나라는 잘 정돈된 시스템이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나라다.
적어도 지난 정권까지는 그랬다.
우선 이 나라 공무원 조직에서는 로버트 뮬러같은 사람을 찾는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자질을 갖춘 사람이 적어서 그런게 아니라,
임명권자가 그런 사람을 절대로 중용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런 연유로 지금 현재까지도
어느 조직이건 그 상층부에는 온통 쓰레기같은 인간들만 우글거릴 뿐
자신에게 부여되고 보장된 임무와 권한을 법과 원칙에 따라 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직 한국에서는 자기 방에 상급자가 들어오면 자기 자리를 그 상급자에게 내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상급자와는 엄연히 다른 업무범위가 있으므로 자신의 업무공간은 상급자 할애비가 들어와도 내어줄 수 없다는 자세는 상급자에 대한 무례로 통하는 문화다.
어쨌든
이런 조직들 중 가장 문제가 되었던 조직이 검찰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검찰처럼 권력이 막강한 기관도 없다.
아마도 청와대 다음일 것이다.
1987 년 이후 안기부(현재의 국정원)와 권력서열이 뒤바뀌었다.
실제로 87 이후 출범한 노태우 정권 시절부터 검찰총장 출신들이 안기부장에 임명되어 국가정보라인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 검찰은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독점하고 있다는데,
이 기네스북에 오를만큼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
사법연수원 기수를 기준으로 선후배 관계와 상명하복 관계를 지키면서
심지어 그 상명하복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후배기수가 조직의 상부에 올라오면 선배기수는 별 이유도 없이 사표를 쓰고 조직을 떠나야한다는,
사교집단이나 조직폭력배 비슷한 조직운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조직에서 윤석열 같은 타입의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자가 50 이 훨씬 넘은 나이까지 생존해 있었다는 게 기적같은 일일 것이다.
사실 싸르니아는 문재인 씨를 약간의 자유주의적 세계관을 가진,
그저 그렇고 그런 야당 정치인 이상으로 보아오지 않았었다.
사람을 잘못 본 것같다.
그는 보기보다 아주 강할 뿐 아니라,
참 건강한 삶의 철학을 가진 사람임에 분명한 것 같다.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보면서,
보다 더 정확하게는 그 자리에 임명된 사람의 프로필과 과거 행적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적폐청산의 표적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하게 됐다.
자신이 파멸하는 한이 있다라도 부여된 임무와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는 철학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은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행사할 다음의 행정명령은 과연 무엇일까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런 거 하나도 안 궁금했다)
그는 이미 비서실 인사에서 이 나라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이른바 '학번위계'를 뒤집었을 뿐 아니라,
1989 년 평양청년학생축전 대표파견사건과 1985 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사건에 관련되어 미국 국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각각 비서실장과 방미특사단 주요멤버에 포함시킴으로써 백악관에게 앞으로 한국의 대미정책이 어떤 기조와 성격을 토대로 전개될 것인지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파적 반대세력, 그 중에서도 특히 보수진영은 앞으로 정신을 좀 차려야 할 것 같다.
종북프레임같은 우물안 개구리 사고방식으로는 전혀 이해도 안되고 해석도 안되는 사건들이 앞으로 연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패거리 정서에 함몰되어 되나괘나 비평만 하려들면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없는 미로에 갇혀 자신만 처량해 지는 일도 발생할지 모른다.
대개 어느 국가든 대통령이 취임해서 첫 100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임기 전체의 성공실패를 이 100일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기 내내 허왕된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대통령들(수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좋은 사례이며, 우매한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들에게 속아 넘어갑니다. 요즘 이런 추한 모습들이 미국과 영국과 일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말하고 실천하는 것들은 자신의 인기몰이나 임기를 겨우 마치려는 얄퍅한 정치가 아닙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새 대통령을 신뢰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이것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정치와 국내정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자주외교 자주국방 자주통일에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연 학연 보수진보 등의 부족적 경계 넘어 국민의 통합을 최우선의 정책으로 세운다는 문 대통령의 꿈은 성공할 것입니다.
외교부장관으로 내정된 강경화가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기때문에 기분나쁘다는 외교부 내 오합지졸들의 붕신 아우성이 요란하다고 합니다. 외무고시 출신 반 모 씨가 유엔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개망신을 떨때마다 반 씨와는 전혀 다른 스마트한 일처리 능력과 출중한 언어구사력으로 그 깎아먹은 이미지를 다시 회복시키곤 했던게 강경화였다고 합니다.
윤석열 인사가 특별한 이유는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권력수단 한 축을 포기하는 솔선수범을 한 인사였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검찰개혁이 아니라, 한국사회와 시민전체의 의식을 개조하는 문화혁명 구상을 염두에 두어야 저런 인사가 가능한 것 입니다.
적폐는 기득권 조직문화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의식의 후진성에서 비롯됩니다. 시민일반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기득권 적폐도 결국은 청산될 수 없다는 이 단순하고도 명백한 현실인식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 이 현실인식을 용기있게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포함해서 나라 전체를 상대로 도전을 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해야하는데 어쩌면 도중에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시작은 좋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원칙주의자에 언행불일치가 될 것 같으면 주저하는 부분 때문에 결단력 부족으로 보였었죠.
노무형 대통령 장례식에 이명박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무서운 사람이구나 예측은 했지만 이정도로 칼을 갈고 준비를 해왔는지는 그 누구라도 짐작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김경수 의원이 대선 전 인터뷰에서 문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전광석화와 같이 처리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저으기 안심했고 투표 당일 인터넷을 보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마음을 그 어느 것으로도 달랠 길이 없었는데 이명박의 투표장 샷을 보면서 마음이 푸욱 놓이더군요. 저승사자같이 임기중에 훌륭하신 많은 분들 고인 만든 인간이 반기문 카드 안철수 카드 최후에는 홍준표 카드를 쓰다가 자살골 넣고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모습으로 투표하는 것이 올것이 왔구나 싶은 것이 ㅎㅎ
부디 문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신념대로 밀고 나가시는 모습 계속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클립보드님의 글 늘 감사히 정독하고 있습니다. :)
게로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은 투명하고 용기있는 사람같습니다.
16 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나는 대통령 깜이 된다, 왜냐하면 문재인 같은 사람이 내 친구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을 때, 속으로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나, 문재인이 누군가, 했는데 이제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저는 1989 년과 1994 년 고 노무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서는 강한 사람이지만 뭔가 어둡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참 밝은 사람이라는 점이 우선 맘이 듭니다.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 하는건데, 지금은 미래에 대한 판단을 접겠습니다. 또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기회 되실 때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 사연 좀 풀어주세요. 어떤 인연으로 두번이나 만나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아니고 제 친족중 한 명이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변호업무 관계로 만났었는데 좀 안 좋게 말해서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그 이유가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엄청나게 타이트하고 심지어는 오만했다고 표현하더군요. 다른 곳에서 들은 또 다른 일화는 부산에서 변호사하던 시절 오랫동안 거래했던 은행 간부에게 실책을 엄중히 물어서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이야기이고요. 공인의 위치에서 주변인들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점이 전 맘에 듭니다.
아마 몇 년 전에 그 분과의 에피소드를 여기에 올린 적이 있을 겁니다. 다른 곳에 저장했던 기록을 다시 가져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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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인데요. 1989 년 4 월 말에 부산교대 학생 하나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뇌사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지요. 제 기억으로는 그 학생 이름이 이경현 이었습니다. 당시 나는 XXX 편집기획실 간사 자격 (20 대에 불과한 젊은 아가 약간 출세했었답니다^^)으로 그 학생의 부모를 면담하고 그 여학생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 월 3 일 동의대 사태가 터집니다. XXX 본부에서는 부산에 내려와 있는 나에게 사태파악과 취재를 우선 시작하라고 해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가 있어야지요. 당시 경찰 분위기는 통일민주당 총재 김영삼 조차 분향소에서 봉변을 당할 정도로 험악했습니다.
본부 XXX 변호사와 부산의 XXX 등의 주선으로 노무현 의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노무현은 당시 통일민주당 부산 동구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가 학생들이 수감돼 있던 경찰서 (이름 생각 안 남) 서장(황 모 씨였음)과 막역한 사이였다는 것 입니다. 그 자신도 바쁘고 잘못하다가는 서장 친구고 뭐고 이성을 잃은 경찰관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꺼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본인이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자마자 자세를 완전히 바꾸어, 자신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보고 양해를 구하고, 상황을 일일이 물어보고, 경찰서까지 같이 가 주는 등 차분하게 일 처리를 착착 해 나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 경찰서의 서장실에서 서장 입회 하에 이른바 주모자로 분류된 학생들을 만날 수가 있었고 유치장까지 내려가 학생들을 면담할 수도 있었습니다. 당시 마지못해 우리 일행을 안내하면서 적의에 찬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던 그 경찰서 직원들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당시 쟁점이 발화 원인이었는데 그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학생들이 화염병을 먼저 던진 게 아니라 시너통이 싸여있는 위험한 건물내부에서 총류탄을 마구 발사한 경찰측에 책임이 있다는 요지의 특집기사를 쓴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와의 개인적인 인연은 딱 두 차례밖에 없지만, 내가 본 그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리고 자기가 곤란한 입장에 처 할 수 있어도,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한 일은 마무리를 짖고 확인까지 하는 아주 성실한 인간형이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는 내 작은 경험 속에서 그의 인간형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고 다른 분들은 또 각자 나름대로의 시각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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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째 만남은 정말 우연히도 캘거리 치눅센터 앞 주차장에서 였습니다.
머리를 박박 깎은 모습으로 주차장에서 서성거리고 있더라고요.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1994 년 이었을 겁니다.
5 년 만에 만나는 건데, 마치 어제 헤어졌던 사람 만나듯이 "놀러왔어요?" 하고 묻더라고요.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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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좀 오만하다는 친지분 말씀은 아마 과장이 아닐 겁니다.
암튼 행복해 보이는 인상은 절대 아닙니다.
대통령 되고나서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는 설은 들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