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 외교부 조직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경화 씨를 외교부장관에 내정했을까?
강경화 UN정책특보 (사무차장보급) 는 코피 아난이 발탁한 인물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영어를 잘하는 그룹에 속한다.
원어민에 필적할만큼 언어구사력이 뛰어나므로 협상력 또한 다른 외교부 관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협상력이 약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담판장에서 언어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외교부 내부에서 쉬쉬하다가
반기문 씨의 영어 구사력 노출을 계기로 협상실패의 본질적 원인이 무엇인지가 일반인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공개됐었다.
(반기문 님깨서 도널드 트럼프 님과 영어로 담판을 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문재인 인사팀은 이 문제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파악한 것 같다.
협상자는 토론과 논쟁의 흐름을 매순간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는 미국말이나 영국말을 넘어 국제협상장의 공식언어다.
협상자가 통역자 없이 직접 언어로 대화상황을 장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강경화 씨 같이 이중언어를 일정수준 이상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외교부 안에서 발굴해내기는 극히 어렵다.
모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는 인재풀은 결국 1.5 세 이하의 해외동포 그룹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언어와 문화 두 조건에서 동시에 사고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이 코리안 다이아스포라 그룹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수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나 최소한 중학생 때부터 유학이나 이민을 한 게 아니라면
미국에서 박사학위 열 개 받은들 예측할 수 없는 모든 돌발토론 상황에서 완벽한 협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언어구사는 어렵다고 보면 된다.
근데 지금 어렵게 발굴해 낸 강경화 내정자를 두고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 중 가장 한심한 궁시렁 소리가 그의 딸이 미국시민이라는 거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국내언론의 오늘 보도를 보면 그의 딸이 미국시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고
'엄마를 위해 딸이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확인할 수 없는 추측보도에 덧붙여 그게 무슨 효도고 애국인 것 처럼 떠들어대는 소리들도 보인다.
미국에서 1984 년에 태어난 그의 딸은 22 세가 되던 해인 2006 년에 생득적 미국시민권자로서 당당하게 그 나라 시민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그런 그가 나이 서른이 넘었을 지금에 와서 어머니가 고국의 외교부장관에 내정되었다는 이유로 국적을 다시 변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딸에게 국적변경을 요구하는 일부 여론 자체가 집단주의적 횡포에 불과하다.
인재확보에 성공한 나라들이 하나같이 다중국적을 인정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에 형성되어 있는 외국국적에 대한 편견과 피해망상은 제대로 된 외교부장관 후보자 하나를 발굴하고 임명하는데도 이렇게 쓸데없는 잡음을 나게하고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한국 국내의 극히 일부 상류층이 병역면탈이나 탈세를 도모하기 위해 외국국적을 악용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얻을 수 있는 장점과 부작용을 비교한 손익계산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이런 게 문제된다는 거 자체가 근시안적이고 부족주의적이며 대범하지 못해 보인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의 제대로 된 인재발굴에 두 번 째 칭찬의 글을 올린다.
영혼이 상실된 교과서 영어를 간신히 문법에 맟추어 중얼거리려고 노력하는, 무늬만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강력한 언어장악력과 협상력을 보유한 외교부장관과 외교관들이 국제무대에서 토론과 논쟁의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기왕에 딸이 미국국적자라는 것을 미리 알고 그 어머니를 내정자로 발탁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강경화 내정자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국적변경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양해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모친과는 독립된 인격인 그 딸 개인에 대한 한국정부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