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山河) / 안희선
애처러운 세월의 우련한 빛은
삼천리 금수강산의
조각난 흉상(胸像)
철조망에 걸린 망부석은
오늘도 여전히 출입금지를 말하고
다만, 더운 초록빛 그늘에
맷돌 갈던 땡볕이 물거품 같다
녹슬어 몸부림치는 살과 뼈와 피,
온통 주름진 얼굴들이
메어지는 가슴 부여 안는다
허리 나뉜 설움이 어제 오늘 일이랴
잊혀진 혼백들이 묘혈(墓穴) 따라
움직일 때,
" 그래 그 자리가 명당(明堂)이여 " 하며
주저앉는 산
물소리 따라 더듬는 기억에 잊혀진
고향의 강들은 따라나오고,
다시 돋아나는 무궁화, 진달래, 철쭉이
흐드러진 꽃무리지어 하나 되었다
그렇게 아무리 녹슨 몸이라도
등줄기 하나로 이어진 뼈와 살에
도는 피,
죽지 않는다
임진강
민족의 아픔이 서린 6월.. 그 6월을 올해도 맞이한다
<임진강>이란 노래는 1957년 북한작곡가 고종환이
북한시인 박세영의 詩에 곡을 붙인 것이다
서슬 시퍼런 유신 시절엔 부르거나 듣기만 해도
곧 바로 철창행이던 금지곡이었다
하긴, 오늘 날에도 시를 詩 그 자체로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나저나, 70여년을 반쪽으로 지내온 세월..
6.25를 치룬 것도 부족해 이제는 제 2의 동족상잔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이 민족의 업장이 실로 두텁고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