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꿈길을 달리다‘
3박4일 '캐나다 로키' 맛보기 여행
호텔·렌터카 등 미리 예약하면 저렴
해 길어 시간 넉넉…하이킹도 가능
호텔·렌터카 등 미리 예약하면 저렴
해 길어 시간 넉넉…하이킹도 가능
[LA중앙일보] 06.07.17 20:17
캐나다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호수 레이크루이스를 찾은 관광객들. 카메라들 들이대는 곳은 어디든 한폭의 그림이 된다. |
사흘 간의 일정을 함께 한 렌터카. 운 좋게도 한 등급 업그레이드 된 차를 제공받았다.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달린 거리는 총 750마일 정도. |
캐나다 로키 여행의 중심지 밴프 시내 전경. 병풍처럼 사방에 둘러 있는 설산과 예쁜 건물들이 마치 그림 속 동화마을 같다. |
캐나디안 로키는 야생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밴프 인근 미네완카 호수가 만난 산양. 열 마리가 넘는 무리 중의 한 마리다. |
◆첫 날
아침 6시 30분 LAX서 출발하는 에어 캐나다 항공편으로 밴쿠버까지 날아갔다. 오전 10시 쯤 밴쿠버 도착.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가까운 한인마켓을 들러 간단하게 장을 봤다. 낯선 도시에서 만나는 한인 마켓은 늘 각별하다. 우리 일행은 H마트에 들러 컵라면, 김치, 과일, 물 등 간식거리를 샀다. 여행 기간 내내 요긴했다.
밴쿠버 관광은 1일 8시간 정도로만 했다. 먼저 밴쿠버 발상지라는 게스타운과 과거 엑스포가 열렸던 곳으로 크루즈선이 정박하는 캐나다 플레이스 등을 둘러봤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보다 더 유명하다는 도심 공원 스탠리파크에선 두 어시간 숲길 산책도 했다. 단, 도심이든 공원이든 주차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잠깐만 한눈팔아도 어느새 단속요원이 들이닥치기 때문. 오후엔 도심에서 20분쯤 떨어진 캐필라노 흔들다리 공원을 찾았다. 입장료 40달러(이하 모두 캐나다 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밴쿠버를 이렇게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본다는 게 미안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오후 6시쯤 시내를 벗어나 숙소로 향했다. 첫날 숙박은 3시간쯤 떨어진 캠룹스라는 곳이었다. 캠룹스는 재스퍼와 밴프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아름다운 강변도시다.
◆둘째 날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이어지는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1번 도로)는 그림같은 풍경들 때문에 자동차 여행객들에겐 꿈의 도로다. 이번 여정은 바로 이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었다. 10시 쯤 캠룹스를 출발, 두어 시간 쯤 달려 레벨스톡이라는 휴양도시에 이르렀다. 도시 초입 스리밸리레이크에 차를 세우고 잠시 휴식. 빨간 지붕 호텔과 어우러진 호수와 절벽 경치가 일품이다.
레벨스톡에선 겨울 철 스키 명소로 유명한 리조트 단지를 들렀다. 곤돌라를 타고 산정 높이 올라가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 풍경도 감상했다. 히말라야나 알프스에 온 것 같았다.
점심 후 레벨스톡에서 동쪽으로 다시 3시간 쯤 달려 요호국립공원까지 왔다. 요호는 인디언 언어로 경외와 놀람이라는 뜻. 요호에선 에메랄드 호수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선경이다. 장엄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한 호수 주변 경치를 완상할 수 있는 둘레길 3마일 트레킹 역시 빼놓지 말아야 한다. 물길, 산길, 눈길이 엇갈려 나타나는 호수 둘레길을 1시간 남짓 걷다보니 왜들 그렇게 캐나다 로키, 캐나다 로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저녁 9시가 다 됐는데도 날은 여전히 환했다. 이제 숙소로 향할 시간. 30분쯤을 더 달려 밴프 국립공원의 꽃이라는 레이크루이스에서 두번째 밤을 보냈다.
◆셋째 날
레이크 루이스는 캐나디안 로키의 최고 절경이자 밴프 국립공원 소개 책자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명소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숙박촌에선 10분쯤 거리. 기자가 찾았을 때는 6월이 목전인데도 호수 절반은 아직 얼어 있었고 주변 산도 쌓인 눈이 그대로였다. 호수 들머리에 자리잡은 페어몬트 샤토 호텔은 인공과 자연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호수 건너편 끝까지 다녀올 수 있는 왕복 1시간 거리의 산책로도 명품 중의 명품 하이킹 코스.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은 길이므로 꼭 걸어볼 것을 권한다.
오후엔 본격적인 밴프 관광을 했다. 레이크 루이스에선 차로 30분 남짓 거리인 밴프 시내는 그야말로 동화마을 같다. 사방에 흰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 도열해 있고 거리는 예쁜 건물과 상점들로 활기가 넘쳤다.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1954년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무대였다는 보우강변 산책도 빼놓지 말자. 밴프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설퍼산 곤돌라도 추천 코스. 1인당 탑승료가 62달러로 좀 비싸다는 게 흠이다.
밴프 시내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미네완카 호수도 들러볼 만했다. 가는 길도 아름답지만 중간중간 만나는 야생 동물도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도 호수 주변 도로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산양떼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제 슬슬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마지막 날 숙소는 밴프에서 1시간 반쯤 거리인 캘거리 공항 근처로 잡았다.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 제 3의 도시인 캘거리에는 한인 식당도 꽤 있다. 적당한 곳에 들러 칼칼한 한식으로 사흘간의 여행 피로를 씻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밴쿠버서 빌린 렌터카는 밤 10시 쯤 이곳 공항에서 반납했다. 숙소까지는 셔틀버스가 있어 불편하진 않았다. 다음날 공항 가는 길도 새벽 4시반부터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넷째 날
새벽 6:30분 에어캐나다 항공편으로 캘거리를 출발, 오전 9시 전에 LA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 시간은 3시간이 넘지만 1시간 시차가 있어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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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고 가세요>
1. 시민권자는 괜찮지만 한국 여권 가진 영주권자는 항공편 예약 전에 온라인(www.cic.gc.ca)으로 캐나다 전자여행허가(eTA)를 미리 신청하고 입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걸 미리 안해 비행기 놓치는 사람 꽤 많다. 환율은 미국 1달러에 캐나다 1.3달러 정도. 쓸 만큼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2. 캐나다는 위도가 높아 요즘은 밤 10시까지 환하다. 시간은 없고 보고 싶은 것은 많은 여행자들에겐 무척 고마운 일이다. 밴프 여행 적기는 6~10월이지만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휴가철은 피하는 것도 좋을 듯.
3. 이동 중 구글맵이나 인터넷 검색을 위해선 스마트폰이 필수다. 버라이즌 이용자라면 트래블패스(TravelPass)라는 해외 로밍 플랜이 적용되는지 먼저 알아보고 이용하면 된다. 캐나다 입국 후 휴대폰 세팅을 글로벌 모드로 바꾸면 된다. 트래블패스 해당자가 아니라면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만 인터넷을 써야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4. 하루나 이틀 더 여유가 있다면 재스퍼 국립공원까지 섭렵하면 좋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230여km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캐나다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어른 키보다 더 큰 바퀴를 단 설상차를 타고 컬럼비아 빙원을 방문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란다.
5. 기자가 쓴 비용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LA-밴쿠버, 캘거리-LA 비행기 값 1인당 500달러 내외. 렌트카는 캠리 급으로 이것저것 포함해 만 사흘에 180달러 정도. 숙박은 무료 아침 식사 및 무료 주차, 인터넷 등 되는 곳으로 하루 평균 150~160달러 선이었다. 비행기, 호텔, 렌터카 등은 익스피디아(epedia.com) 등 여행 사이트를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했다.
글·사진=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