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적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한 러시아 연방보안국의 역대급 첩보공작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었다.
러시아는 자기들의 공작망에 포위되어 있던 미국인들 중 한 명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뜻밖의 행운을 얻기는 했지만,
재수없게도 그 미국인이 턱없이 지능이 모자란 나머지 붕신같은 행동을 연발하는 바람에 안정된 고정간첩 대통령으로 안착시키는데는 결국 실패했다.
트럼프 간첩단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인들이다.
미국은 이 사태로 인해 1776 년 독립이래 일찌기 경험한 적이 없었던 특대형 개망신과 함께 비극적인 분열의 수렁으로 들어섰다.
NYT 칼럼니스트 David Brooks는 트럼프의 죽음의 행진이라고 묘사했지만, 사실 이 죽음의 행진은 이제 3 억 3 천 만 미국인 전체의 슬픈 행진길이 됐다.
앞으로 이 사태를 처리하는 그들의 능력과 선택에 따라 제국은 멸망할 수도 있고 더 강한 제국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싸르니아는 이 사건을 '트럼프 간첩단 사건'이라고 부르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러시아와 특별한 관계가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후보시절부터 그토록 러시아를 감싸고 돌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이 사건이 출발했다.
무슬림 입국금지나 국경장벽 같은 얼토당토 않은 미친소리들에 가려져 있었던 이 불가사의한 의문에 해답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정보수사기관들이었다.
의문을 수사대상으로 격상시킬만큼 충격적인 정보자료들이 CIA-중앙정보국과 DNI-국가정보국 첩보망에 걸려들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이 정보들은 단일 첩보망이 수집하여 보고한 것 뿐 아니라, 영국의 정보기관 출신 러시아 전문가가 운영하는 우수한 사설정보회사와 각국 정보기관에서 활동하는 이중스파이들에 의해 교차확인되면서 그 정확성과 신뢰도가 인정되었다. 이 충격적인 정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FBI-연방수사국에 넘겨졌고, 연방수사국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자기 나라를 방문하는 미국의 유력인사들에 대해 여러가지 형태의 정보수집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의 첩보망은 그들대로 러시아 연방보안국과 그 방계 첩보조직들이 벌이는 대미공작의 실체를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는 중 이었다.
트럼프 사태의 발단은 2013 년 모스크바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시작됐다.
미국 정보기관의 다시에이 (Dossier) 에 등장하는 여자가 헝가리 출신 미스 유니버스 카타 사르카 뿐이었는지, 아니면 직업여성들이 더 있었는지, 이들이 미국 유력인사들을 미인계로 유인하여 약점을 포착하는 공작원들이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트럼프를 알게 되어 그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성관계 파트너 사이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트럼프 러시아 커넥션 수사의 가장 중요한 촛점은 트럼프 대선인맥과 러시아 고위관료들 사이의 부적절한 접촉 같은 피상적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니었으며,
문제의 발단이 된 리츠 칼튼 호텔 사건과 관련되어 러시아 정부기관과 도널드 트럼프 개인 사이에 주고받은 협박과 굴복의 거래내역이 수사의 핵심표적이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파트너 사이에서 벌어진 성관계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매우 'salacious' 한 것이었고 이 변태적 성행위에 대한 영상정보를 러시아 정부가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이 연방수사국의 확신인 것으로 보인다.
연방수사국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와 여성 파트너들이 벌인 salacious 한 성관계가 아니라, 여기에 대한 영상정보를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당국과 몇 년 후 대통령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와의 사후 협박과 거래내역이 무엇이었는가였다.
'리츠 칼튼 호텔 사건과 이 사건에서 비롯된 트럼프와 라시아간의 거래내용을 밝혀낸다'는 명백한 수사목표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플린 같은 주변 인맥의 러시아 커넥션을 공개적인 수사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두 가지 였을 것이다.
첫째 수사목표가 미국의 명예와 이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추잡무도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서 공식적인 수사대상으로는 삼을 수 없고,
둘째, 수사목표를 부동의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2016 년 말 시점에서는 미국 첩보기관과 수사당국 역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목표에 대한 공개없이 대통령 당선자 주변으로부터 접근해가는 귀납적 수사가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츠 칼튼 호텔 사건으로 약점이 잡힌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부당거래 커넥션' 수사 정보가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이때부터 제임스 코미 국장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접촉과 무리한 수사중단 압력이 시작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연방수사국장으로 부터 캐내고 싶었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리츠 칼튼 사건으로 까지 연결되는지 여부였을 것이다.
자신이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질문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 자신이 수사대상이라면 그 수사의 최종 목표는 그가 가상적국에 약점이 잡힌 비자발적 스파이로 지목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임스 코미가 '도널드 트럼프 당신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는 그가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수사책임자 이전에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조국이 파멸적 망신을 당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는 정치적 의사표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 의사표명을 해석할 지력이나 지능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작자는 마이클 플린에 대한 수사중단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에만 분통을 터뜨리며 연방수사국장을 덜컥 잘라 버렸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온 나라가 '죽음의 행진'을 시작하게 만드는 파멸적 망동을 대통령의 신분으로 자행한 것이다.
미국사태의 심연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핵심은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가반역혐의'다.
미국의 정보기관들과 연방수사국은 나라의 명예를 위해 애당초 리츠 칼튼 호텔 사건과 러시아 커넥션 사태의 고리를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연결 고리는 도널드 트럼프 장본인이 스스로 연결해 놓았다.
기절을 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