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특히 올드타운 맛집으로 유명한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발생한 저격사건이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가한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한 평범한 미국시민이 AR-15 반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표적사격을 가한 이 불행한 사건은 11 개월 전 일어났던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서 백인경찰 8 명이 표적사살 당했던 사건만큼이나 사회적 파장이 거대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와는 달리 트럼프 정권과 대안보수파에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그들이 사건의 동기를 유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사건은 작년 텍사스나 루이지애나 사건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기간 중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그 책임소재가 더 분명하고 막중하다. 국가반역행위와 사법방해 혐의로 각각 FBI-연방수사국과 로버트 뮬러 특검의 동시 수사에 직면한 트럼프와 그 참모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터진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마치 복합골절상을 당한 것처럼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주말에는 또 난데없이 미국군 제 7 함대 기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 인근 해상에서 USS Fitzgerald 이지스함이 상선과 충돌해 박살이 나고 병사들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함선도 아니고 최첨단 전자장비로 무장한 이지스함이 눈뜬 장님처럼 돌아다니다가 상선과 충돌해 대파된 이 황당한 사고는 총체적 몰락을 앞둔 트럼프 정권의 처지를 웅변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코리아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트럼프 정권을 당혹시킨 다른 하나의 사건은 지난 5 월 29 일 일어났다. 북코리아가 미국의 항모강습단을 전멸시킬 수 있는 대함 미사일체계를 완성시킨 것이다. 근거리 해역으로 접근해 오는 항모강습단, 그 중에서도 특히 항공모함을 무력화시키는 대함미사일을 개발하는데는 고도의 첨단기술이 요구된다. 추진용 원자로를 장착한 항공모함이 자국 근해로 접근해 들어왔을 때 북코리아는 이 항모를 향해 무턱대고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없다. 근해에서 치명적인 방사능 노출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 북코리아가 시험발사한 대함미사일에는 탄착오차를 7 미터 이내로 줄이는데 성공한 초정밀유도장치를 장착했는데, 백악관이 놀라자빠진 이유는 이 미사일이 순항미사일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미국도 탄착오차가 수 미터 이내인 탄도미사일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중 탄착오차가 수 미터 이내인 미사일은 모두 순항미사일 뿐이다. 기지에서 발사된 지대함 탄도미사일은 미국 항모강습단의 전자제어시스템과 강습단 지휘부가 위치한 지점만을 정확하게 타격하여 항모원자로를 파괴하지 않고도 항모강습단의 지휘체계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항모강습단이 코리아 인근해역에 접근할 수 없다면 미국의 대북코리아 군사적전은 목차부터 다시 작성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의 트럼프 정권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채 헐떡거리고 있는 맹수와도 같은 처지에 몰려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관계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고, 백악관의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북코리아에서 절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의문의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대학생 사건으로 인해 미국내 대북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백악관과 북코리아 문제를 놓고 담판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싸르니아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관리자들은 미국의 두 보수집단, 즉 주변부로 밀려나있는 공화당 주류와 현재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는 대안보수 사이에 존재하는 대외정책의 본질적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공화당 주류를 그들로부터 분리하여 공화당 주류나 민주당으로 하여금 백악관의 강압적 횡포와 푹주를 완화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해 주기를 원했다면 공화당 주류내 반트럼프 전선의 상징적 존재나 다름없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대통령 면담요청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럴 때 이런 식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훈련되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나 저지르는 유아적 오류에 불과하다.
한국의 진보진영이나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현재의 백악관이 오바마나 클린턴 정권 때의 백악관과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지 W 부시 시절과도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세부적으로 현실성있게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들은 공화당 주류와는 달리 한국을 자기들의 종속적 동맹관계로 보기보다는 귀찮은 경쟁자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공화당 주류나 대안보수나 코리아반도를 보는 시각과 정책이 본질적으로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은 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철학의 차이를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중대한 착각이다.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으로 황급히 날아간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연설내용을 머니터링해 봐도 이 차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정권은 지난 주 주한미국인상공회의소를 통해 100 억 달러 규모의 미국상품구매펀드를 조성해서 방미선물로 가져오라는 노골적이고도 뻔뻔한 선물요구를 했다. 사드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국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만일 한국정부가 사드문제에 수동적이라면 굳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 뒤에는 아예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의사가 깔려있다. "영국인들이 자기를 반기지 않는다면 나는 굳이 (10 월에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영국에 가지 않겠다"고 공언을 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은 농담이나 엄포가 전혀 아니다.
한가지 의아한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 워싱턴 DC 에서 미국측으로부터 매우 굴욕적이고도 상식 밖의 푸대접을 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되돌아 와야하는, 외교대참사가 발어질 수 있는 위험마저 잠재하고 있다는 현실이 한국국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자체부터가 백악관의 뜬금없고도 일방적인 결정과 요구에 의한 것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게도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지 만 하루가 지난 후인 한국시간 5 월 10 일 오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미국방문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방문을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는 새정부의 내각이 제대로 꾸려지기도전에 미국측의 재촉과 강요에 의해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다. 이런 식으로 추진된 정상회담의 셩격이 무엇이 될지는 처음부터 예측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내놓을 가장 중요한 의제들은 대북유화정책전환에 대한 강력한 사전경고와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 문제, 한미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일 것이다. 국방에산 증액은 GDP 대비 국방예산증가비율로 나타나는데, 사드비용이나 주한미군 분담금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 액수다. 사드배치문제는 중심의제토론에서 미국측이 협상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의제의 성사목표는 아니다. 트럼프를 백악관 수석전략팀과 비선에서 컨트롤하고 있는 대안보수 엘리트들에게 한미동맹 따위는 협상의 판단기준이 될만큼 주요한 관심대상이 아니다.
국내언론의 관련기사만 보더라도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한미양국정부 실무진간에 사전 합의된 의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가는 것처럼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주 수요일까지도 한미 외교차관간에 의제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만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물론 대미창구조차 미국측과 전혀 대화가 통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은 두 가지 각각 다른 결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 가지는 파국적 결과이고 다른 한 가지는 굴욕적 결과다.
청와대는 백악관이 요구하고 있는 의제와 그 의제에 대한 협상요구사항이 터무니없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한국국민들에게 솔직하고 정확하게 공개하기 바란다. 미국측은 국방장관과 상원의원들까지 나서서 한국정부의 입장을 무시한 채 공개되지 않은 의제정보들을 마구 떠들어대고 있는데, 한국정부만 혼자 계속 쓸데없는 덕담만 늘어놓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인준여부와 관계없이 주말에 긴급히 임명한 것만 봐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강경화 씨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통역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는 언어소통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경화 외교장관 인준을 반대하는 야당과 논객들중에는 외교장관이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연스런 영어소통능력과 국제 인적네트워크 사이에 어떤 함수관계가 존재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무지몽매한 자들이 제멋대로 떠드는 소리에 휘둘려 지금까지 시간을 낭비한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아무튼 이제와서 이야기 해봤자 다 늦은 이야기이고,
최악의 경우 회담장에서 판이 깨지고 대통령 방미단이 일정 도중에 보따리를 싸서 도로 서울행 비행기에 탈 수도 있는 위험이 현저하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줘야 만에 하나 무슨 일이 터져도 한국국민들이나 해외동포들이 별로 놀라는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