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빛이 있는 곳에선 / 안희선
그리운 빛이 있는 곳에선 맑은 슬픔이 복받친다
애처로운 회색빛 가난과, 눈 감아 아늑한 풍경은
그대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되었고,
나의 살던 고향은 봄에도 꽃은 피지않아
이제 아무도 없다
꾸부렁 골목길 어귀에
졸며 앉아있던 붕어빵 할아버지도,
맘 좋은 구멍가게 뚱보 아줌마도,
언제나 꼬리 흔들던 누렁이도,
그리고 ! 여울진 내 가슴에 곰삭은 어린 얼굴들......
찬, 석봉, 송하, 미란, 경진, 소라, 경아가 뛰놀던
동네의 풋풋한 빈 공터도
굳어진 기억으로, 침침한 빌딩 속에 꼭꼭 숨었다
추억 속에 미소(微笑)하는 벗들은
이 쓸쓸한 세월의 잔인함을 알았을까
아, 홀로 찾아드는 길목엔 귀에 정겨운 목소리 하나
희서나아...... 노올자아
[note]
십오년 전, 잠시의 귀국길에
어린 시절의 내가 살던 동네를
찾은 적이 있었다.
- 지금은 北村이라 명명되어 관광지가 되었다.
(오가는 길에 마주치는 수 많은 외국인들, 한국 같지 않았다)
살던 집터에는
생뚱맞게도, 왠 서구풍의
레스토랑이...
그래도,
내 어린 시절엔 [골목문화]라는 게
있었는데.
간혹 아이들끼리 싸움이라도 있으면,
곧장 엄마들이 뛰어나와 어른 싸움이
되기도 했던.
하지만, 이내 곧 평온한 온기로 채워지던 곳.
모두 가난했어도,
정말 사람 사는 내음이 물씬했던
그 시절...
요즘은
그런 골목길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회색빛 건물만 빼곡하다.
어린 시절,
그리운 옛벗들은 지금 모두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아가는지.
얘들아, 보고 싶다.
아,
쓸쓸한 그리움 같은 것들...
가려진 시간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