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을 보고 이건 이야기거리다 싶을 때는 한국 국내언론을 교차 검색해 본다.
국내언론에서 변역이든 요약이든 인용보도할만한 기사인데 아직 한국매체에서 발견하지 못한 몇 가지 기사들을 읽고 느낀 점을 내 방식으로 정리해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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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인심이란 게 가볍기 짝이없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북코리아에 대해 비판일색이던 서구언론의 태도에 잔잔한 변화가 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7 월 4 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하고 나서부터 일어난 변화다.
어제 7 월 13 일 AP 통신은 김정은은 경제개혁가이면서 뛰어난 협상가일까? 하는 리드로 시작하는 서울발 기사를 내 보냈다. 기사제목은 ’North Korea's Kim Jong Un is more bold and uncompromising than his predecessors — here's how’ ‘김정은 (북코리아 국무위원장)은 그의 전임자들보다 과감하고 단호하다-’ 이다.
기사는 서두에서 지난 6 년간의 그의 집권기간에 일어난 성공적인 사례들을 요약한다. 경제적으로도 나름의 성장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의 양자대결에서 보다 확고한 주도권을 장악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북코리아 리더가 똑똑하다는 말은 미국언론들 보다 미국 대통령이 먼저했다. 정보기관들과 북 전문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미국에서 김정은 별명은 스마트 쿠키다.
AP 통신의 컬럼형 기사가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북미대결구도는 바뀌었다. 주도권은 북으로 넘어갔고 대신 공은 미국으로 던져진 것 처럼 보인다. 미국은 자기들 독립기념일에 받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7.4 ICBM 시험발사성공 직후 자존심을 완전히 구긴 미국은 두 가지 이상한 행동을 했다. 하나는 자기들이 시험미사일의 연료주입과정부터 발사 및 비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찰했다고 변명비슷한 가짜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 MDA가 느닷없이 사드요격미사일로 대항 미사일을 격파하는 장면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이었다.
그 중 첫 번 째 이상한 행동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조건부 대북협상권 행사를 양보받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것 이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미국은 한국측과 일체의 정보공유를 하지 않은 채 조건부 대북협상 어젠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을 미리 뻔히 알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엿을 먹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근데 미국의 저 말은 허풍일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우선 미국군 태평양사령부는 북 미사일의 비행시간부터 틀리게 발표했다. 실제로는 39 분간 비행했는데, 37 분 간 비행했다고 말했다.사실을 말하자면 미국은 이 날 북코리아가 시험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화성 14 호가 하늘로 날아오른지 2 분이 지나서야 대기권 바깥으로 뭐가 날아가고 있다는 것을 탐지한 것으로 보인다. 마하 수 십의 속도로 솟아오르고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2 분 동안이나 추적하지 못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2 분 동안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거리는 약 4 백 킬로미터다.
북 미사일에 이어 자기 장남이 러시아 공작원과 주고받은 이멜이 폭로된 사태로 핵폭탄급 펀치에 가격당한 러시아 간첩단 (이 말은 싸르니아가 가장 먼저 사용한 용어인데 이제야 실감나는 용어로 등극하고 있다) 사건의 the prime suspect 도널드 트럼프는 머리가 좀 이상해졌는지 대부분의 미국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나라 혁명기념일 군사퍼레이드를 구경하러 프랑스에 갔다. (7 월 14 일은 프랑스혁명 기념일이다)
이 자가 프랑스에 갔다는 기사는 한국의 국내언론을 보고 알았다. 트럼프의 파리 방문 관련 국내기사 중 눈에 띄는 기사는 트럼프가 마크롱 부인에게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보도였다.
아마도 트럼프가 마크롱의 부인을 보고 “you are in such good shape”라고 한 말을 두고 보도한 기사 같았다.
이 기사들을 보고 한 가지 불현듯 떠 오른 일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앉혀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김정숙 여사를 부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있다. 국내언론이 이것도 보도를 한 적이 있는지 호기심이 나서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단 한 개의 기사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었다.
It’s a great honor to have you at the White House and your very beautiful and lovely wife. We appreciate it.”
한국 기자들이 트럼프가 김정숙 여사를 공식적으로 표현한 이 말은 그냥 넘어갔는데 트럼프가 마크롱의 부인을 보고 지나가는 인삿말로 “you are in such good shape”라고 한 말만 부적절했다고 보도했다면 이는 프랑스와 미국언론을 보고 베껴 쓴 기사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만일 국내기자들이 미세스 마크롱에 대한 외교적 결례발언에 대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기사를 썼다면 자국 대통령 부인인 미세스 문을 두고 한 결례발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대통령 부인에게 한 말에 대해서는 보도거리로 인식할만큼 문제의식을 느꼈는데 자기 나라 대통령 부인에게 한 비슷한 말에 대해서는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을만큼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젊어보이시는군요” 라는 말과 “아름답고 귀여운 당신 와이프” 라는 표현 모두 국가원수가 만나는 예식의 장소에서 사용하기에 상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후자 (당신 와이프 귀엽다)는 일부 문화에서 여성의 남편으로부터 결투를 신청받을 수 있는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교류마당에서는 문화권에 관계없이 금기로 통한다. 게다가 이 말에는 여성의 이미지와 역할에 대한 제한의 의미도 담겨있다.
You are in good shape 은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시는군요’ 라는 말에 가까운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트럼프도 나이가 많은 메세스 마크롱에게 그런 의미로 이 말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을 ‘몸매가 좋군요’로 변역해서는 곤란하다. 어쨌든 이 말 역시 가까운 사이에서나 하는 말이지 난생 처음보는 사람한테는 잘 쓰지 않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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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이 놓치고 지나간 한국 관련 주요기사는 몇 가지 더 있는데, 말이 길어졌으니 그만하고 세계적인 파워 패스포트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여권에 대한 외신보도를 소개한다.
한국여권이 세계에서 세 번 째로 파워풀한 여권이라고 한다.
패스포트 인덱스 (Alton Capital's Passport Index) 에서 집계한 순위를 Huffington Post Canada 에서 어제 보도했다.
미국여권과 일본여권보다 더 많은 나라를 무비자로 여행 할 수 있다.
한국여권은 157 개국에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고,
미국여권과 일본여권은 156 개국에서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다고 집계되었다.
한국여권은 세계 3 위,
캐나다여권은 파워순위면에서 세계 20 위 (154 개국 무비자)로 비교가 안된다.
이전부터 한국여권이 미-일-캐나다 여권보다 파워풀했는지 이번에 새 기록을 세웠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거 별로 관심없다가 오늘 그냥 우연히 발견한 기사를 보고 아래 인덱스를 올려보는 거다.
https://www.passportindex.org/comparebyPassport.php?p1=kr&p2=us&p3=jp&p4=ca&p5=au&fl=&s=yes
위 링크를 클릭하시면 한국여권을 가지고 어느 나라 갈 때 비자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어느 나라에 갈 때 eTA 가 필요한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옆에는 친절한 싸르니아가 미국여권/일본여권/캐나다여권/호주여권의 무비자,비자/eTA 리스트를 비교목적으로 넣어보았으니까 각 나라 여권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란다.
뚱딴지 같이 한국 언론을 한국여권에 비유한 이유는 갑자기 1986 년 1987 년의 호헌정국이 생각나서다.
어느 신문인지는 확실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당시 미국의 한 신문이 전두환 정권이 하는 짓을 보고 "한국 정치가 현대차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칼럼을 내보낸 적이 있다.
당시 현대차의 정식 회사명칭은 현대자동차였는데, 그 회사를 닮으란 말이 아니라, 미국 주간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현대차 (엑셀/프레스토/스텔라)의 품질을 닮으란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언론이 한국여권을 닮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