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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꼽히는 레이크루이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것은 행운에 속합니다.
이번에 만난 풍경에 점수를 매긴다면 85 점 정도라고 할까요?
호수는 비교적 잔잔했지만 브리티쉬 콜럼비아주 산악지역 산불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의 질이 좋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흠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이번에는 성공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사진이 성공에 근접했다는 게 아니라 풍경을 만나는 운이 그런대로 좋았다는 말 입니다.
지구상에 출판되어있는 어떤 레이크루이스 사진도,
이 호수와 산, 빙하와 구름, 전나무들이 어느 순간 조화롭게 빚어내는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직접 호수와 딱 맞닥드리지 않고서는 백 마디 설명이나 천 장의 사진으로도 묘사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좋은 풍경과 친밀하게 교감하는 관찰자의 감성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90 점 이상의 진면목과 조우하려면 맑은 날 아침에 가는 게 유리합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haze 현상도 없어야 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야 합니다.
섭씨 4 도의 낮은 수온과 70 미터에 달하는 깊은 수심이 웬만하면 호수 수면을 잔잔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침 9 시가 지나면 커누들이 호수 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하므로 이 때부터는 다른 풍경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시간은 해가 뜬 직후 입니다. 7 월 기준으로 대략 오전 6 시에서 7 시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 레이크루이스에 도착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밤샘운전을 하든지 아니면 밴프국립공원 안에 있는 고가의 호텔에 묵으며 새벽을 기다리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저는 호수로부터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캘거리 시내 호텔에서 새벽 네 시에 기상해서 출발했습니다.
요 바로 위 사진 한 장은 이번에 찍은 게 아니고 작년 여름 사진 입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전 여덟 시 정도인데 벌써 물빛이 탁해졌고 수면도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 날은 공기빛깔이 비교적 청명했습니다. 맞은 편 빅토리아 빙하가 구름을 이고 있는 모습이 나름의 색다른 운치를 제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았던 풍경이었습니다.
근데 만일,,
레이크루이스가 24-7 일년 365 일 내내 최고의 완벽한 모습만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었다면, 그랬어도 제가 이 호수를 백 번 이상 찾아갔을까요?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 세 번 이상은 찾아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호수가 아닌 사람도 언제나 완벽하기만 해 보이는 사람은 세 번 이상 만나기가 싫어집니다. 그에게서는 더 이상 만날 만한 매력이나 배울 점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방문자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 호수의 진짜 매력은, 평범한 모습에서부터 충격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기후에 따라 천의 얼굴로 변화하는 모습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번 쯤은 아이들을 데리고 호수 앞에 있는 이 호텔에 숙박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숙박이 아니라도 호수쪽에 면해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함께 제공되는 티를 마시거나, 2 층 빅토리아 다이닝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조금은 사치스런 식사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Fairmont 계열의 샤토우 레이크루이스 호텔은 호수 주차장 입구에 위치해 있는 Deer Lodge 와 함께 변화무쌍한 호수의 24 시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단 두 개의 호수 앞 숙박시설입니다.
예약도 어렵고 숙박비도 비싸긴 하지만, 신혼여행이면 신혼여행대로 가족여행이면 가족여행대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가치있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서의 내면을 치밀하면서도 충격적으로 장악하고 압도하는, 완벽에 가까운 자연의 풍경본색은 어른에게든 어린이에게든 무언가를 사색하게 만드는 '어려운' 화두를 던지는 듯 합니다.
한 가지 팁을 말씀드리자면, 올해 (2017 년) 여름과 가을은 이 호수를 찾는데 별로 좋은 기간이 아니라는 점 입니다.
올해는 캐나다가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지 150 주년되는 해인데, 연방정부가 독립 150 주년 기념선물로 2017 년 한 해 동안 국립공원을 무료개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의외로 크게 작용을 하는 것인지 지금 록키 국립공원은 시도때도 없이 돗데기 시장처럼 붐비고 있습니다.
아무리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모레인레이크 (레이크루이스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걸작 호수) 에서 이른 아침에 주차스팟을 찾지 못해 차를 돌려 되돌아나오기는 처음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 시간이 오전 여덟 시였다는 사실입니다.
오전 열 시 경이 지나면 주차공간이 넓은 레이크루이스 조차 주차장 진입은 어려워 집니다. 대신 멀찌감치 떨어진 임시주차장 (overflow auxiliary)에 차를 주차하고 공원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로 왔다갔다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점심 무렵이 되면 캘거리 쪽에서 오는 트랜스캐나다 넘버원 하이웨이 웨스트바운드 도로는 밴프국립공원으로 밀려 들어오는 차량들로 인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합니다.
지구종말의 날 도시를 탈출하는 피난민 차량행렬을 방불케 하는 생난리통을 피할 겸 알버타 주- BC 주 경계선을 넘어 갔습니다. 오랜만에 요호국립공원에 있는 스파이럴 터널과 내츄럴 브릿지, 에메랄드 레이크를 다녀왔습니다. 한결 조용한 요호국립공원에서는 록키 특유의 한적함과 정막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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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혈액형이 있다면
모레인레이크 (위) 는 O 형
레이크루이스 (아래) 는 B 형 일 것 같습니다.
커누 사진들이 있는 차분한 에메랄드호수는 A 형 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