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절대 하지 않는 일 중 하나는 앞좌석 아래 바닥에 가방을 놓는 것이다.
보통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세이프티 매뉴얼 안내방송에서 가벼운 짐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무거운 짐은 앞좌석 아래 놓으라고 권장한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안내방송과는 반대로, 캐리온 캐리어같은 무거운 짐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서류가방 같은 가벼운 짐을 앞좌석 아래 바닥에 놓는다.
그리고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도 신지 않은 맨발 상태로 비행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 카핏바닥은 각종 오물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게 정설이다.
팝과 같은 끈끈한 설탕음료를 필두로, 터뷸런스 때 엎어진 식판에서 떨어진 음식물, 과자 부스러기, 플라스틱이나 유리조각이 곳곳에 널려 있다. 여기에 멀미승객들이 쏟아낸 토사물을 포함한 bodily fluids 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빡빡한 스케줄로 끊임없이 뺑뺑이를 도는 비행기의 카핏바닥을 완벽하게 청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도착 후 두 시간 정도만에 다시 돌아가는 인바운드 비행기 (가령 밴쿠버 출발 인천 도착 한국 비행기, 인천 출발 밴쿠버 도착 캐나다 비행기)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언젠가, 비행기 바닥이 공중화장실 바닥보다 더 더럽다는 소리를 듣고나서부터 나의 비행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첫째, 들고 들어가는 가방은 무조건 오버헤드빈에 집어넣는다.
둘째, 신문을 집어들고 탑승한다.
셋째, 테이블과 팔걸이, 리모콘 등은 와잎스나 세너타이저로 닦는다.
넷째, 음료는 반드시 밀봉용기에 들었던 것만 마신다. 얼음을 넣지 않는다. 물의 출처가 불분명한 커피나 차는 마시지 않는다.
신문은 탑승구 앞에 준비되어 있다. 승무원들이 들고 돌아다니며 나눠주기도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거지만,
비행기에서 신문을 준비해서 나눠누는 이유는, 바닥깔개용으로 사용하라고 주는 것이다.
내가 주로 바닥깔개용으로 사용하는 신문은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이다.
영자신문 중에서는 월 스트리트 저널이 바닥깔개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좌석에 앉으면 일단 바닥깔개용 신문을 바닥에 깐 뒤 슬리퍼를 신는다.
화장실에 갈 때나 산책을 갈 때는 슬리퍼 대신 신을 신는 게 안전하다.
어떤 승객들은 신문이 아닌 여분의 담요를 받아 바닥에 깔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민폐를 끼치는 '대진상 망동'에 해당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가끔 어린이들이 비행기 안에서 맨발로 걸어다니는 것을 모른척 한다든가,
심지어 아기들이 기어다니는 것을 방치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당장 그만두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