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세력은 지금까지 진보세력에 대해 ‘종북’이란 말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려고 안간 힘을 썼는 데,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지자 ‘동성애’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들의 정치생명에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잘 되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왜냐하면 이미 북미와 유럽 전체는 동성애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이것을 정치이슈로 삼으면 정치생명에 대단히 위험할 정도로 대다수의 시민들의 의식이 진보적으로 개방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북미의 모든 주류 기독교 교단들은 동성애자 결혼과 안수를 인정했기 때문에 보수 정치인들도 더 이상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한심스러운 일은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과 교회들은 세계적인 미래의 물결에 역행하고 있는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써 참 교회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교회는 이성애자-동성애자, 깨끗한 사람-더러운 사람, 건강한 사람-병든 사람, 잘 생긴 사람-못 생긴 사람, 잘 사는 사람-가난한 사람, 한국인-외국인, 흑인-백인, 등등으로 사람들을 분리하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종교와 인종과 사상 넘어 생명의 존엄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다.
교회는 지옥천당-징벌축복-심판구원의 흑백을 가리는 재판정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고 포용하는 잔치집이다. 따라서 교회는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함을 환영하는 지금 여기에서의 하느님 나라이다.
교회는 회원들이 회비내고 가입하는 클럽이 아니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비회원제 공동체이다.
교회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모시는 거룩한 성전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미를 살아내는 세속적인 삶의 현장이다.
교회는 이분법적 하느님없이도 존재할 수 있으며, 우주 전체를 포월적으로 통합하는 평화와 정의와 사랑으로 존재한다.
교회는 억지로 믿는 곳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사는 곳이다.
교회는 종교와 과학을 분리시키는 곳이 아니라, 종교와 과학의 통합비전을 살아내는 곳이다.
교회는 죽음 후 내세를 준비하는 장의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산부인과 분만실이다. 따라서 교회는 천국으로 올라가는 역이 아니라, 세속적인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봉사했던 교회는 장의사가 아니라 분만실이었고, 재판정이 아니라 잔치집이었다. 나는 교회를 통해서 오늘의 내가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 그런 교회를 찾아 보기가 대단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