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를 알게 하소서 / 오정자
물을 얻기 위해 샘에 가면 샘물을 길어 올립니다 그때 샘물만 길어 올리지 말고 향기도 같이 길어 올리도록 하소서 갈 곳을 가기 위해 길을 걷습니다 그때 길의 목적지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의 목적지도 함께 생각하게 하소서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에 올라갑니다 그때 나무의 열매만 따지 말고 내 이름의 열매도 많이 얻게 하소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을 오릅니다 그때 산을 오르는 고통만 참지 말고 내 생활의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도록 하소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찻집에서 기다립니다 그때 친구만 기다리지 말고 내 마음이 참으로 만나고 싶은 것도 같이 기다리게 하소서 차를 운전하기 위해 도로 표시판을 봅니다 그때 도로의 표시판만 보지 말고 내 생각의 표시판도 같이 보게 하소서 반짝이는 별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밤하늘을 봅니다 그때 별만 찾지 말고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내 희망도 찾도록 하소서 비가 올 것인가를 알기 위해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때 구름만 보지 말고 내 삶에도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하소서
춘천 출생 백석대학교 신학과 졸업 월간 <신춘문예> "수필부문" 및 "시부문" 신인상 受賞 월간 신춘문예 동인 , 신춘문예작가협회 회원, 월간 <문학바탕> 회원 시마을 "커피예찬" 과 " 아름다운 포옹" 수필 우수작 선정 시집으로, <그가 잠든 몸을 깨웠네> 2010년 레터북刊 시마을 작품選集 <자반고등어 굽는 저녁> 等
<감상 & 생각>
시인에게 있어, 詩만큼 자기통찰과 시인 자신을 淨化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행위는 또 다시 없을 터.
요즘처럼, 어설픈 잠언箴言조로 삶을 말하는 글들이 소위所謂 시라는 이름으로 난무하는 것에 비한다면...
차라리, 그 어떤 경건함과 함께 숙연肅然함마저 든다 할까.
시라는 건 결국 논리적 지식의 나열이나, 재치있는 말장난이나, 그저 그런 생활의 평면적 진술이라기 보다는 삶에 대한 통찰의 승화昇華라 할 수 있고, 진실을 추구하는 生의 연소燃燒일 것이며, 삶에 대한 간단間斷없는 푸념이라기 보다는 진정한 자아와 영원에 대한 전인격적인 지향志向에 그 본연의 모습이 있단 걸 시를 읽으며 새삼, 다시 느끼게 되네요.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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