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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가 경북 영주시에 있어야 하듯이
경복궁은 북악산 자락 아래 그 자리에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유적의 원형보존에만 치중하여 미이라로 만들거나 박제화 시키기보다는
유적 자체를 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지지한다.
다른 유적들과는 달리 건축물 유적은 원형이나 재료의 보존보다는
건립정신과 의미를 전달하는데 그 본질적 기능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 유적인 경복궁 전체를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생활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현존하는 건축물 유적의 박물관 전환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확정될 때 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은
원안대로 사대문 안 유적들과 가까운 용산으로 옮겨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운영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유적과 박물관의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를 교체할 수는 있으나 위치를 바꾸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며 유적이나 박물관을 그 유래와 동떨어진 허허벌판으로 옮기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지역균형발전론자들 중에는
지역균형을 땅의 면적당 인구 및 시설의 질량이 비슷비슷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 중 상당수는 도시인구집중현상을 증오하기도 한다.
인구와 자원이 집중된 대도시가 어떻게 정보교류를 극대화하고 문명을 확대재생산했으며,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 인권의식을 확산시켜왔는지 이해가 부족한 촌락공동체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세종특별자치시로 옮긴다는 발상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지역과 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면
순박한 무대뽀 지역균형주의자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인 2 천 5 백 만 명이 거주하는 600 년 역사의 수도문명권에서
인구 30 만 명의 신생도시 세종시로 옮길 수 있는 게 있고 옮길 수 없는 게 있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일부 지역이기주의자들이나 엉터리 지역균형론자들의 설득력 떨어지는 논리나 고집에 마음에도 없는 지지를 보내거나 침묵을 지킬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이 존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생활박물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서울 중구 저동 백병원 앞을 지나가다가 생활박물관으로 삼기에 안성맟춤인 멋진 교회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사실 이 교회 안으로 들어섰을 때 무척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었다.
출입구 옆에 독불장군처럼 주차하고 있는 저 검은색 렉서스 승용차 때문이었다.
혹시 장애우 스티커가 붙었있나 보았으나, 그런 것도 없는데 왜 저 승용차가 주차장이 아닌 저 장소에 혼자 주차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이 건물은 해방 직후 활동한 극우폭력단체인 서북청년회 (서북청년단이라고 이름이 전해지기도 한)의 산실이 된 곳으로 알려진 바로 그 교회 건물이다.
그런 사실이 있다는 걸 누가 일부러 캐낸 것도 아니고, 지난 2000 년 작고한 이 교회 원로 목사가 스스로 자랑처럼 고백한 말이다.
마침 바로 옆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인권탄압으로 유명했던 중부경찰서가 찰떡궁합처럼 함께 붙어 있으니,
정부가 해당 교회 교인들의 동의와 중구 구민들의 공청회를 거친 후 건물들과 토지를 매입하여 해방전후사 인권박물관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다.
옛 서울역 건물은 박물관이 아니라 미술관이 되었다고 한다.
역이었다가 미술관이 된 오르세 미술관을 본 딴 것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본을 땄든 어쨌든 나중에라도 잘 운영되고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면 그걸로 성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서울역 미술관이 오르세 미술관처럼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 교회 십자가를 보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지며 누가 가르쳐주기라도 한 듯 번개처럼 떠오른 내 '느낌'대로라면,
저 교회와 중부경찰서를 한데 묶어 현대사 박물관으로 삼을 때 세계적인 인권박물관으로 반드시 대성공을 거둘 것 같다.
해당 교회 교인들과 경찰청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