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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나먼 홍콩으로 날아가 보겠습니다.
홍콩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007 편 입니다.
소요되는 비행시간은 13 시간 30 분 입니다.
운항승무원(조종사)만 네 명이 탑승합니다.
빈자리 없는 만석입니다.
캐리온이 다 들어갈 자리가 없으니 무료로 체크인 수하물로 전환해주겠다는 안내방송이 몇 차례 나왔습니다.
승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 스크린만 두드려댈 뿐 안내방송 따위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습니다.
결국
캐리온을 기어이 들고타려는 승객들을 설득하느라 법석을 떨다가 출발이 한 시간이나 늦어졌습니다.
아침부터 밴쿠버 일대에 내리는 비와 우박 때문에 비행기가 택시웨이에서 또 한 시간을 빌빌거렸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열 여섯 시간 가까이 비행기 안에 갇혀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힘든 비행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에어캐나다에 영화가 많았다는 점 이었습니다.
최민식이 나오는 영화 한 편,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 한 편, 맷 데이몬이 나오는 영화 한 편, 니콜 키드먼이 나오는 영화 한 편, 만화영화 한 편 등을 보니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류해진과 현빈이 나오는 영화는 산만해서 중간에 보다 말았습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장르별로 구분되어 입력되어 있는 영화가 줄잡아 백 편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재라 화질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홍콩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가는 캐세이퍼시픽 AVOD 에 입력된 영화 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영화가 많다고 열 몇 시간 내내 영화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건조하고 깜깜한 기내에서 영화를 오래 보면 눈이 따가워 집니다.
"손님 여러분, 장거리 비행하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착륙을 앞두고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 비행기는 앞으로 약 40 분 후에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현재 홍콩지역의 날씨는 흐리며 기온은 29 도 입니다."
홍콩으로 가는 기종은 보잉 777-300 기종입니다. 대형 비행기입니다. 기종부호로 77W 라고 표기합니다.
에어캐나다 777-300 기종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비행기의 좌석배치가 그것입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이 기종의 이코노미석 좌석을 3-3-3 배열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보통 3-3-3 좌석배열을 하는 772, 787 이나 에어버스 330-400 에 비해 기폭이 넓은 77W에 3-3-3 으로 좌석배치를 하니까 복도가 넓어져 실내가 탁 뜨인 느낌이 듭니다.
77W 로 운항하는 미국 출발 한국 국적기를 탄 적이 있는데 널널하고 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에어캐나다는 77W 이코노미석 좌석을 3-4-3 배열로 배치해 놓았습니다.
3-4-3 은 747 이나 에어버스 380 계열처럼 기폭이 넓은 초대형 비행기에 사용하는 좌석배치입니다.
그런데 초대형 비행기들보다는 기폭이 좁은 77W에 좌석을 그런 식으로 끼워넣으면 복도가 좁아져 답답합니다.
좌석폭도 조금 좁힌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에어캐나다를 이용할 경우 기종을 확인하여 77W 를 운항하면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어캐나다 뿐 아니라 어느 항공사라도 777-300 기종에 좌석을 3-4-3 으로 배치해 놓았다면 가능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말이죠.
좌석배치도는 항공사 홈피나 www.seatguru.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싯구루에서는 어느 좌석이 졿고 어느 좌석이 나쁜지도 안내해 줍니다.
기내식은 세 번 나옵니다. 메뉴는 AVOD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식은 갤리에 항상 비치해 놓으므로 언제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라면은 없었습니다.
에어캐나다 기내식 리뷰를 보면 불평이 많은데, 저는 에어캐나다 기내식이 그다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일과 샐러드도 신선하고 후식으로 나오는 브라우니도 수준급입니다. 특히 아침식사 때 꼭 선택하는 오믈렛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으로 가는 비행이 워낙 힘들어서 그랬는지, 서울에서 에드먼튼 (밴쿠버 경유)으로 돌아오는 비행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기종 (드림라이너 787-900)이 달랐던 점도 있겠지만, 역시 인천 밴쿠버 노선의 장점은 출도착시간입니다.
인천에서 오후 3 시 20 분에 출발합니다. 편서풍을 타고가는 이스트바운드 비행은 두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에 출발지 시각으로 자정이 좀 지날 무렵 밴쿠버에 도착합니다. 밤샘비행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한항공이 에어캐나다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바로 출도착 시간 입니다.
장거리비행의 경우 웨스트바운드(북미출발 한국행)은 늦은 오전에, 이스트바운드(한국출발 북미행)은 이른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편을 이용하는 게 비행피로를 최소화하고 시차적응을 돕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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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 나온 내셔널지오크래픽 캐리어 주인께서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가방만 저렇게 남겨두고 자리를 떠나시면 안 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셔도 안 됩니다.
원어민 한국어를 구사하시는 4 ~ 50 대 동양계 여성분인데, 그 날 아침 저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에드먼튼에서 밴쿠버까지 가셨습니다.
한국말로 휴대폰 통화를 하시다가 저 가방을 혼자 남겨두고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5 분 정도 자리를 비우셨는데, 제가 공항경비대를 부르기 직전 돌아오셨다는 점만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