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여행자들은 왜 광화문 부근 풍경에 중독성 매력을 느끼는 걸까?
북악산이 설악산에 비해 아름다운 산도 아니고, 경복궁이 자금성의 거대함과 웅장함에 비할 바 아니지만,
여행자들은 광화문 부근 풍경에 묘하고도 깊은 매력을 느낀다.
경주 보문단지나 전주 한옥마을을 두 번 이상 찾는 외국 여행자는 드물지만,
광화문은 매번 입국할 때마다 찾는 여행자들이 많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깝다는 접근성 외에도, 고색창연한 풍경이 모던한 생활현장과 함께 살아숨쉬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판 올드아바나, 그 중심에는 광화문과 세종로가 자리잡고 있다.
광화문을 빛내는 소재들 중에는 주변에 널려있는 국보급 산책길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산책길들 중 최고 정수는 역시 정동길이다.
덕수궁 남쪽 돌담길로부터 경희궁까지 이어지는 정동길에는 이 나라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몰려있다.
과거에는 정동길은 걷는데 제약이 많았다. 부근에 대사관 등 보안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하비브하우스로 불리우는 미국대사관 정동 본관 부근과 영국대사관 앞 길이 새로 개방되어 걸을만한 산책길이 더 많아졌다.
산책길이라는게 조용하면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으면 시끄럽기 일쑤인데, 정동길은 조용하면서도 위험하지 않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광화문 북쪽 삼청동 둘레길이 제공하는 왁자지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경험의 밀도'와는 또다른 의미의 장중한 '경험의 밀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산책길이다.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에 나오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도 고궁 둘레길에 있다.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조그만 교회당'이 저 모습으로 완공된 해가 1897년 이라고 하니 120 년 된 건물인 셈이다.
이 미국인 선교사가 처음 조선에 도착해서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조선은 문명의 손길이 닿은 적이 없는 미개인들이 사는 땅' 운운하는 건방진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광화문 일대를 슬슬 배회하면서 조선의 매력에 점점 빨려들어가더니 나중에는 조선예찬론자가 되었다.
조선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고 알려진 그는 조선소녀를 구하려다 바다에 빠져죽었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와 소녀가 함께 승선했던 일본선박이 충돌사고로 침몰했는데 소녀를 찾으려고 침몰 중인 배 안을 뒤지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함께 익사했다는 일종의 영웅담이다.
주로 개신교쪽 사람들에 의해 전해진 이 사건개요는 그저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가 침몰선에 타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속설이 있다. '정동길을 함께 걸은 부부나 연인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속설이 그것인데, 사실은 그 길을 걸었기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니라 헤어지기로 결정한 후에 그 길을 걸었다고 보아야 한다. 정동길에는 이혼재판을 전담하는 서울가정법원이 있었다.
이제 그 가정법원이 강남대로로 이사간지 오래이므로 그 속설은 '강남대로를 함께 걸은 부부는 반드시 헤어진다'로 바뀌어야 맞다.
막장드라마 보면서 아침식사하는 습관이 생겼다면
한국여행 고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숙소 근처에 있는 24 시간 영업하는 식당에서 주로 아침식사를 하게되는데,
스토리가 궁금해서라도 같은 시간 같은 식당에 다시 가게 된다.
광화문 일대에는 60 년 넘는 전통을 가진 국보급 식당이 즐비하다.
하다못해 이름없는 골목 구석데기에 있는 허름한 설렁탕집들도 해외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명망가 식당으로 등극해 있다.
한옥집들이 내려다보이는 종로구 전통찻집에서 나오는 커피맛은 대체로 일품이다. 커피값은 비싼 편이다.
미친 커피값으로 유명한 한국의 스타벅스보다 천 원이 더 비싼 6 천 5 백 원이지만, 명가의 커피라고 평가할만 했다.
......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넓은 다리라는 의미의 광교는 세종로와 청계로가 교차하는 길목에 있다. 정식명칭은 광통교다.
여기서부터 전기로 물을 뿜어올린다는 청계천변 산책길이 시작된다.
숙소가 부근에 있다면 광교에서 전태일 열사 동상과 평화시장이 있는 버들다리까지 갔다오는 아침산책을 추천한다.
과거 이 길은 길 위로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바람에 서울에서 가장 우중충하고 멋대가리없는 동네였다. 가뜩이나 우중충하고 답답한 길에 부근 철공소에서 뿜어내는 쇳소리와 쇳가루 먼지까지 한 몫 거들어 더더욱 접근하고 싶지 않은 기피장소이기도 했다.
그 고가도로를 철거하는데 작은 공을 세운 할아버지가 곧 감옥에 간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고가도로 없애는데 공을 세운 정상을 참작하여 그가 살아야 할 형기에서 3 개월 정도 감형해 주었으면 하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램이다(정치적인 발언이 아닌 인간적인 바램일 뿐).
the supertemporal capital of the R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