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꼴통보수 앨러바마주가 공화당 후보를 떨어뜨렸던 충격의 화요일, USA TODAY Editorial Board 사설은 미국인들을 깨우는 자명종같은 울림 역할을 했다. USA Today 는 뉴욕타임스나 CNN 처럼 트럼프 정권과 각을 세우는 언론이 아니다. 품위있고 잔잔한 필체로 편향에 대한 김빼기로 유명한 이 신문이 오늘 큰 일을 했다.
칼럼니스트의 칼럼이 아닌, 신문의 공식입장을 내놓는 사설의 제목은 이렇다.
Will Trump’s lows ever hit rock bottom?
평이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같지만 사실 이 제목은 욕설이나 다름없는 혐오와 경멸을 담고 있다. '트럼프의 시궁창같은 저질스러움은 과연 더 내려갈 곳이 있는가?' 정도로 번역하면 적당할 것 같다. 뉴욕주 상원의원 Kristen Gillibrand에 대한 트럼프의 비열한 발언을 문제삼아 이 신문이 트럼프를 직설적으로 묘사한 내용은 이러하다.
A president who would all but call Sen. Kirsten Gillibrand a whore is not fit to clean the toilets in the Barack Obama Presidential Library or to shine the shoes of George W. Bush. (상원의원을 가리켜 창녀라고 지껄이는 작자가 대통령이라면,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 화장실의 변기청소부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구두닦이 노릇도 할 자격이 없는 인간이다)
이 사설을 읽은 화장실 청소부나 구두수선공도 자기들 직업이 트럼프 같은 인간 따위에 비교된데 화를 낼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이 차분하고 순한 신문이 이토록 격렬한 언어를 동원해 도널드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는데 놀라움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설은 지난 11 개월 동안 트럼프의 저질스럽고 혼동스럽고 분열적이고 정직하지 않고 직무유기적인 작태와 비행을 다섯 개 문단으로 나누어 조목조목 지적했다.
미국에서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이 차분하고 중립적인 대중지 사설에서는 그동안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미국의 중산층과 평범한 상식인들의 가슴에 지난 11 개월 간 쌓여왔던 울분과 자기 나라에 대한 창피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북미에 28 년 째 살면서, 미국인들이 미국여권들고 다니는 게 창피해서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에 살 수 없다며 캐나다로 (심지어 멕시코로) 이민행렬이 이어지고 국경에 미국난민임시수용소가 설치되는 희한한 꼴을 처음 봤지만, 보수의 메카 앨러바마주에서 공화당이 의석을 빼앗긴 날 나온 평범한 중립언론 USA Today 의 절규는 앞으로 3 년 남은 트럼프 정권 잔여임기 동안 무슨 정치적 변란이 벌어질 지 한층 더 흥미와 궁금증이 일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1955 년 12 월 1 일, 모든 반인권-몰이성 쓰레기들을 한꺼번에 때려싣고 앨러바마주 몽고메리시를 출발했던 그 열차가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를 잡아 태우고 역시 앨러바마주 몽고메리시를 출발했다.
트럼프에게 비범하고도 복잡한 승부수를 구사하는 '정치적 능력'이 있다고 추측하는 것이 결과론적 착시에 바탕을 둔 바보들의 음모론이라는 것은 일찌감치 판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음모론적 착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도널드 트럼프를 정파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일부 재미동포들은 Fox 같은 엉터리 가짜뉴스만 보지말고 아래 가져온 차분한 사설도 꼼꼼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