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목가(牧歌) / 안희선
이를테면,
이해성있게 해마다 듣는 캐롤이어서
그것은 마지막 달의 어릿광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로되,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세상은 울긋불긋 치장을 해,
살림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까지도 어쩔 수 없이
휩쓸리는 소비의 물결,
때는 바야흐로, 어떤 화폐의 시기
밥 먹듯 세일(sale)하는 백화점들은 문지방이 닳아
반들거리는 동안에도 낡은 세계의 사람들로 가득하고,
오늘도 반짝이는 십자가는 한가로운 밤 하늘의
붉은 산책밖엔 할 일이 없어......
아, 물론 좋도록 생각해야겠지만
문득, 현기증나는 이 날은 그리스도가 오신 날
아무렴, 가진 자던 못가진 자던
아기예수의 탄생은 축복할 일
이젠 하늘도 무심해 세상은 제 멋대로 막 간다지만,
이러쿵 저러쿵 고단한 삶의 괴로움 잊고
모든 불길한 위협에 경련하는 몸과 마음을
캐롤의 한 소절에 실어
이 날을 '메리 크리스마스'로 지내야겠지
주여,
우리들 가운데는 당신의 이름을 빌어
습관적인 고해성사를 하는 이도 있고,
개그맨 못지 않은 인기인이 되어 예능프로에 등장하는 이도 있고,
수 많은 헌금 명목으로 자기 배를 불리는 이도 있고,
당신을 이용해 떼돈을 벌다가
쇠고랑을 찬 이도 있고,
오입질을 하다가 천둥소리 같은 구설수에 오른 이도 있고,
앞날이 궁금해 남 몰래 점을 치는 이도 있다지만,
그 모두 긍휼히 여기사
당신의 품 안에서
사랑으로 구원하소서
The Christmas Song
우루과이의 한 작은 성당 벽면에 적힌 글
--- 주님의 기도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의 기도에 대해 한 성당에 아래와 같이 적힌 곳이 있다
<우루과이의 한 작은 성당 벽면에 적힌 글>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네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온갖 짓을 하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돈과 욕심의 나라들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네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배고픈 사람들을 본체 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