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코리아간에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틱한 관계전환을 보면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지금까지 북미 양쪽으로부터 꾸어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아왔던 한국이 다시 그라운드에 입장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벌어져 온 대북강경파와 대북온건파간의 줄기찬 권력투쟁에서 온건파가 한 순간에 완승을 거두고 주도권을 거머쥔 상황진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북과 미국 두 나라가 '극적인 화해'를 할 것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설파해 온 나같은 사람을 포함해서, 누가보더라도 놀라운 사태임에는 틀림없는 현재의 국면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체는 역시 놀랍게도 북코리아 지도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전화통화를 하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했다. 이런 언급은 전략무기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는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거나 획기적으로 성격변화를 시킨다는 카드가 의제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일단 동계올림픽부터 잘 성공시키자'며 이 문제에 대한 향후 발언 주도권을 평화협정 어젠다를 히든카드로 보유하고 있는 대북온건파 참모들에게 넘겼다. 그 바람에 북이 평창에 오면 미국선수단을 보내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던 린지 그레이엄 같은 사람은 하루아침에 붕신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직접통화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이를 그다지 엄청난 일이라고 반길 수 만은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오늘 사이 미국의 대통령 권력와해가 몹시 위태로운 상황으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영국의 시사일간지 The Guardian의 논객을 지낸 Michael Wolfe 가 쓴 ‘FIRE AND FURY’ (부제 inside the Trump White House)가 서점가에 쏟아져나온 날이기도 한데, 매장에 깔리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된 이 책으로 인해 지금 미국사회는 마치 벌집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충격에 휩싸이고 있는 중이다.
첫째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가 평균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형편없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도 아닌 그의 측근과 가족들의 증언을 통해 적나라하게 폭로되었다는 것, 둘째는 그가 대통령의 위치에서 변호사들을 통해 저자와 출판사를 협박하는 수정헌법 위반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 사람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
대통령의 명백한 위헌행위에 출판사는 오히려 쾌재를 부르며 책 출간을 3 일이나 앞당겨 토요일인 오늘 전국 서점에 이 책을 깔았다. 마침 뉴욕에 머물고 있는 와이프에게 책을 구해보라는 톡을 날렸다. 오늘 아침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자기는 천재’라는 미친소리를 또 했다. 사람들은 그가 어떤 종류의 천재인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점에 몰려드는 바람에 전국 대부분의 서점에서 그 책이 조기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백악관 참모들은 정부가 임기 중에 붕괴될지도 모르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현재로서는 전격적인 대북화해밖에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단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게 모든 것을 맡기자는 권고를 강력하게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주도권이 순식간에 대북온건파에게 쏠린 이 국면전환에는 사실 저 유명한 “mine is bigger than yours. mine works” (내 x이 니꺼보다 크다. 잘 선다) 는 최근의 트읫 이후 그의 허풍성 강경발언에 대해 급격하게 악화된 미국 국내 여론이 기여한 바 크다. 틴에이저들의 라커룸 농담을 연상시키는 이 트윗발언을 읽은 사람들은 그 날 아침 거의 혼비백산했다. 그 날 아침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당장 저 미친 작자를 핵버튼을 누를 수 있는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한다’는 절박한 공감대가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미국의 자존감이 독립전쟁이래 최악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코리아 국무위원장 신년사가 발표됐다. 그 신년사를 자신들의 ‘70 년 숙적’ 미국의 이런 파국적 정세를 고려해서 작성한 것이라면 절묘하고도 기가막힌 성공작이라고 평가할만하다.
적어도 그들은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한국측의 부담을 자기쪽에서 먼저 덜어주면서, 미국의 현실론적 대북온건파에게는 적절한 시기에 파워를 실어주는 양동작전을 벌여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존 볼튼이나 린지 그레이엄같은 정략적 대북강경파들에게는 그들이 이제부터 스스로 입을 다물고 있어도 별로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 그들은 ‘불감청 고소원’이라 생각하며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다.
북코리아 체제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싸르니아는 북코리아를 칭찬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인색할 수 밖에 없지만, 잘 한 것은 잘했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세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장점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보고 종북, 종북, 종북같은 소리 하고 있는 분들은 공부 좀 하시기 바란다. 하긴 한국에는 임종석을 종북주사파라고 알고 있는 얼빠진 인간도 국회의원을 하고 있기는 하다. 주사파가 뭔지 ㅈ 자도 모르는 자들이 분명하다. 잘 모르면서 아무한테나 주사파라고 부르며 무식한 소리 하지말고 모르면 질문부터 하시기 바란다. '진짜 주사파'에 대해 알고 싶으면 '진짜 주사파'였던 김영환이나 하태경 같은 자들에게 물어보든가..)
책에 폭로된 내용 중 한 가지 찜찜한 부분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방에 TV 세 대를 가져다 놓고 빅맥 밀을 먹으며 체널 세 개를 동시에 시청하는 버릇이 있다는 게 그것이다. 요즘은 아이들도 먹지 않는 빅맥 밀을 올해 나이가 만 72 세 가 된 그가 즐겨 먹는 이유는 독살당할 것을 염려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걸린다.
이런 이야기가 나에게 마음에 걸리거나 찜찜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제 며칠 지나면 미국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것 같아서다.
“저런 인간이 대통령을 하는 게 우리가 처음이 아니고 한국 대통령 중에도 그런 비슷한 인간이 하나 있었다 하더라”고 웅성웅성하기 시작하면 그 나라망신거리가 쓸데없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될 것 같다.
만일 미국인들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당당하게 대답할 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첫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채널 세 개를 동시에 시청하는 산만한 TV중독자는 아니었고, 둘째, 독살당할까봐 콜라에 빅맥을 입에 달고다닐 정도로 정신상태가 비정상은 아니었으며, 셋째, 책을 안 읽는다는 점이 서로 비슷하기는 해도 요즘은 바람의 파이터라는 열 권 짜리 장서(비록 만화책이긴 하지만)를 열심히 읽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 사람의 차별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시민들이 건재하다. 대통령이 기능을 못한다고 해서 제국이 멸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북미단기전에서는 예상대로 북코리아가 주도권 탈환에 성공했다. 미국은 압도적인 무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수뇌부가 지리멸렬함으로써 정세흐름과 관련한 고도의 정보전에서 결국 참패했다.
2018 년 1 월 6 일 토요일 오후 (MST)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북미대결전 전황판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