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미친 사람들도 많다. 한국의 보수논객이라는 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자기들이 발을 딛고 살고 있는 나라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기를 학수고대하는지 마치 고사라도 지내듯이 전쟁위기설을 퍼뜨리고 있다.
미국정세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세밀한 흐름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동계올림픽 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마치 기정사실이라도 되는 것 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제도매체에서 쫓겨난 그들은 저마다 이름 뒤에 ‘뉴스’자 를 붙인 엉터리 동영상을 하나씩 만들어 놓고 자기 얼굴 촬영을 위해 엉성하게 세워놓은 스맛폰을 수시로 자빠뜨려가며 생각나는대로 제멋대로 떠들고 있는 중이다.
한국매체들만을 접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북미대결의 한 축인 미국의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는데다가, 엎친데 겹친격으로 이런 류의 엉터리 논객들이 날마다 동영상에 나타나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지껄이며 설레발을 떨어대는 바람에 실제로 전쟁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인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미국이 인류역사상 비견할만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초강대국인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다. 중국의 부상을 언급하며 G2 운운하는 택도 없는 단어가 사라진지도 몇 년 됐다. 미국 쇠퇴론은 가짜뉴스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지 오래다. 지금은 so far 2 조 배럴에 달하는 노다지 쉐일혁명이 일어난 이래 중동 및 우방관리 부담에서조차 해방된데다가, 여기에 더해 높은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 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전통적인 우방들을 마구 홀대하며 말끝마다 "미국우선"을 떠들고 있는 이유는 그가 미친놈이어서가 아니라 이런 변화가 기본배경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제국은 자기들에게 도전하거나 그 지도부를 제거할 필요가 있는 나라들을 거의 예외없이 침공하여 목적을 관철시켜왔다. 제국일본, 아옌데의 칠리, 노리에가의 파나마,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후세인의 이라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에서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실패했지만 그 나라 국민 약 5 백 여 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서야 패전을 시인하고 철수했다.
테헤란 주재 이란대사관 직원들이 구금되었을 때도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인질구출과 주모자 체포 압송을 목적으로 이란 영토에 특공대를 파견했었다. 2011 년 5 월 1 일에는 파키스탄 영토에 은신하고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하기 위해 해군특수부대를 파견하여 작전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단 한 나라 예외가 있으니,, 북코리아가 바로 그 나라다.
북은 한국전쟁 종료 이후에도 미국의 군사기자재와 작전인원에 대해 직접적이고도 물리적인 선제도발을 몇 차례나 감행한 나라인데도 어찌된 일인지 북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없이 물리적 반격을 포기하곤 했다. 처음에는 당장이라도 평양을 가루로 만들 것 처럼 큰소리를 치다가 흐지부지 물러서곤 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전혀 미국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 중 아무리 보아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이 굴욕적인 양보를 하고 물러선 경우도 두 차례나 된다. 한 번은 1968 년 1 월 23 일 발생한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때이고, 다른 한 번은 1976 년 8 월 18 일 발생한 판문점 패싸움 사건 때이다.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때는 이 정찰함 승조원 82 명이 평양시내 적국포로 수용시설에 11 개월 동안이나 구금되어 있었다. 이 정찰함의 승조원은 원래 83 명 이었는데 한 명은 나포당시 북 경비정이 발사한 기관포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미국은 정찰함 푸에블로호가 공해상에서 항해하다 북에 의해 불법나포되었다고 끝까지 주장하면서 겉으로는 대규모 보복작전을 준비하는 척 요란을 떨다가 결국 평양당국에 비밀리에 사과문까지 보내고 사건을 종결했다.
판문점 사건은 더 이상했다. 이 사건을 가리켜 한국에서는 ‘8.18 도끼만행사건’이라 부르고 미국에서는 ‘판문점 나무자르기 사건’ 이라고 부른다. 공동경비구역 미류나무 옆에서 유엔군 소속 미국군 병사들과 조선인민군 병사들간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미국군 장교 2 명이 사망한 이 사건이 촉발한 전쟁위험에 대해서는 싸르니아가 예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으므로 긴 설명은 생략한다.
‘북코리아와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기본입장은 수 십 년 간에 걸쳐 축적된 정보자료들을 바탕으로 이론화되어 있는 원칙이다. 북코리아 내부 전략목표에 대한 선제공격이 십중팔구 전면전으로 확전할 것이라는 판단은 북코리아 정부와 조선인민군의 특성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정확한 파악을 기초로 내려진 것이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적어도 북코리아에 관한 한 전략목표는 커녕 변두리 전술목표 조차 실제적 공격대상으로 삼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미국이 북코리아에 대하여 얼마만큼의 공포심에 가까운 조심스러움을 가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은 2010 년 12 월 21 일 (이 날은 날짜도 안 잊어먹는다) 벌어졌던 한국군 해병대의 이른바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보복 포사격훈련 사건이었다.
이날 미국정부는 <한국의 격앙된 여론> 때문에 포사격훈련을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사정을 북코리아 당국에 미리 알렸다. 포사격 훈련 당일에는 미국군 합참의장 마이크 멀린이 직접 펜타곤 전쟁지휘본부 상황실에 나타나 참모들과 함께 밤을 세워 가며 한국군 연대급 규모의 포사격 훈련의 방향과 탄착지점 실탄 수까지 직접 통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다를까?
도널드 트럼프를 가리켜 전쟁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전쟁광은 적어도 ‘fire and fury’ 와 같은 말을 자기 입에 올리지 않는다. 전쟁광은 열이면 열 모두 이론화된 이념가들이다. 표정에서부터 특유의 냉기가 흐른다. 군인보다는 학자출신이 많다고 한다. 호텔과 골프장 하던 사람이 전쟁광이 되었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처럼 수더분한 인상을 가졌으면서 말과 행동이 거칠다는 것은 전쟁을 결단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는 그의 약점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여기서 약점이라는 것은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국가의 대통령으로서의 약점을 말하는 것이지 인간적 약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지난 해 1 월 20 일 취임하고나서 1 년 이상 지난 동안 그가 명령한 군사작전이라고는 단 한 건 밖에 없었다. 지난 4 월 6 일 시리아 공군비행장을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격한 사건이었는데, 혹시 러시아가 오해할까봐 미리 알렸고, 중국 주석 시진핑은 마침 그 때 트럼프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으므로 미리 알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혹시 사상자라도 발생할까봐 그랬는지 심지어 시리아 당국에도 미리 알려 인명피해와 항공기 등 고가장비의 시설피해를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단 한 건 있었던 군사작전마저도 일종의 정치쇼의 형태로 진행된 허풍이었던 셈이다.
그가 이 이상한 군사작전 쇼에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두 가지였는데, 한 가지는 자기도 군사적 공격명령을 내릴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도 화학무기공격에 어린이들이 희생당한 것에 분노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빅터 차 임명철회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빅터 차의 임명철회는 차라리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다. 한국의 진보진영을 생래적으로 혐오하는 빅터 차 같은 사람은 지금의 한국정부와 전혀 궁합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국내에 있는 극우성향의 아이비리그 출신 미국인맥과 연결되어 두고두고 지금의 정부를 괴롭힐 사람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싸르니아가 지난 여름 올린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http://cndreams.com/cnboard/board_read.php?bIdx=1&idx=10334&category=&searchWord=clipboard&page=1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무부, 국방부에 포진하고 있는 관료집단은 물론이고 보수적인 코리아반도 전문가들이 빅터 차의 임명철회를 황당해하며 도널드 트럼프의 문고리 권력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는 이유는 미국 보수집단이 문재인 정부를 통제하고 북코리아를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인물을 스스로 내팽개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후보자를 낙마시킨 이유가 북코리아와의 전쟁을 불사하고 그 전쟁을 현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초강경파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측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로는 코리아반도의 ㅋ 자도 모르는 서른 두 살 짜리 트럼프 문고리와 말다툼을 하다가 벌어진 어이없는 사태라고 하니 미국의 정통보수세력으로서는 참사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진 형국이다.
이들이 기껏 빅터 차의 대안으로 고려했던 인물이 해리 해리스 미국군 태평양사령관이었다는 정보만 봐도 현재의 백악관 문고리들이 얼마나 코리아반도 현실에 어두운가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해리 해리스는 어머니가 일본인인 일본계 미국인으로 철저한 반중친일 행보로 중국으로부터 해임교체요구까지 받은 인물로 주한미국대사로는 전혀 적합치 않은 인물이다. 문제는 백악관 문고리들이 코리아반도에 대한 기본정보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무지하면서도 전문관료집단과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빅터 차 정도의 대북관리이론의 깊이를 도널드 트럼프의 지력으로는 따라잡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어느 공화당 중진의 일침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게다가 ‘네가 얼마나 똑똑하든 자기들의 면전에서는 굽실거려야 한다’는 수준의 인식을 가진 잡배같은 인물들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와 그 문고리를 차지하고 있는 판국이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은 코리아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는 이유 한 가지가 더 늘었다면,,,
지금의 백악관이 봉숭아학당으로 전락해 있다는 사실이 그 추가된 또 하나의 이유다.
2018. 2. 3 (MST) clipboard(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