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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거리에서 꿈을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0664 작성일 2018-02-05 21:00 조회수 171

 

문득, 거리에서 꿈을 / 안희선 도시의 하늘에 외로운 하얀 달 뜨면, 달무리 넝쿨 따라 속삭이는 옛 이야기 소리 없이 열리는 가슴에 미소짓는 내 어린 시절의 꿈 교차하는 추억 사이로 반짝이는, 정겨운 유년(幼年)의 신호들 빌딩 숲 우거진 거리엔 욕망어린 근심으로, 이마 찌푸린 분주한 사람들 문득, 시간은 정지되고 그 안에 어디선가, 눈망울에 맺혀 반짝이는 어린 그리움을 본 것도 같아 도시의 거리엔 스쳐가는 무심한 바람, 나의 꿈만 홀로 펄럭거리고



 

 

<사족>

 

2002년, 잠시 귀국해서

제가 어린 시절에 살던 곳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요 

정겨웠던 풍경은 간 데 없고, 그 자리엔 
회색빛 빌딩만 촘촘히 들어섰더라구요 

문득, 어릴 적 친구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경진, 송하, 찬, 경아, 석봉, 미경, 명래 , 그 모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무심히 흐른 세월의 바람 속에 
왠지, 제 꿈만 홀로 외로이 펄럭이는 것 같았더랍니다 



졸시를 올리다 보니, 
문득

이제는 고인이 된 칭구, 장교수의 글도 떠올라서...... 


                                                                       - 희선,

 

 

 


장영희.png

故 장영희 서강대 영미어문.영미문화과 교수

 

미국 대학에서 문화학을 강의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10여년 만에 처음 서울에 왔다고 했다. 
“이젠 서울이 뉴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내가 죽도록 그리워하던 곳은 이런 데가 아니었는데…. 
난 정말 어렸을 때 내가 놀던 골목길을 다시 보고 싶었어.” 

새삼 생각해 보니 ‘골목길’이라는 말을 들어본 것조차 참 오랜만이다. 
어렸을 때 우리 집도 골목길 안에 있었다. 
방과 후에 그 골목길은 늘 아이들로 북적댔다. 

놀이기구 하나 없어도 숨바꼭질,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하나도 궁한 것 없이 잘 놀았고 
때로는 죽기 살기로 엉켜 붙어 싸우기도 했다. 
엄마들은 저마다 자기 아이들 울음 소리를 기억해서 
창 너머로 아이 우는 소리가 나면 튀어나와 때로는 엄마들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골목길엔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세상에서 
제일 아늑하고 멋진 놀이터가 된다. 

점심식사 끝나고 영문과를 문학과 문화전공으로 분리하는 과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자 친구가 말했다. 

“문화학과가 생기는구나. 근데 사실은 골목길이야말로 진짜 문화의 시작인데 말이야.” 
골목길이 문화의 시작? 의아해하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매튜 아널드, 레이먼드 윌리엄스, 다 멋진 문화이론가들이지. 
하지만 결국 똑같이 하고 있는 말은 문화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고리라는 거야. 
혼자만의 문화는 없어. 함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함께 선해질 때 
그 집단 고유의 문화가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문화의 기본적인 조건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라는 거지.” 

친구가 말하는 문화는 1947년 백범이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서 
말한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그 어렵고 가난한 시절 백범이 말했던 
‘문화의 힘’은 사뭇 생뚱맞게까지 들린다. 

하지만 정확히 60년이 흐른 지금 ‘문화’는 시대의 코드가 되었다. 
대학에는 새로 문화 관련학과가 생기고 하다못해 음주문화, 화장실문화까지 
아무 단어에나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고, 여기저기 문화 이벤트도 
봇물을 이룬다. 

그럼 정말 우리는 지금 백범이 말하는 
행복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안 나온다. 

이제는 가슴속에 아스라이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골목길. 
따지고 보면 어렸을 때 우리는 골목길에서 울고 웃고 싸우고 놀며 
‘문화’의 기본조건, 즉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한데 지금 우리는 분명 더 넓고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데 
왠지 그때만큼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어릴 적 그 좁은 골목길은 참 넓고 따뜻하고 늘 ‘함께’였는데 
지금은 이 넓은 길, 넓은 도시,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마음 답답하고 황량하게 혼자 서 있다. 

부자 나라, 강한 나라,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 되기 위해 더 큰 것, 더 빠른 것, 
더 좋은 것만 향해 열심히 뛰며, 우리는 중간 어딘가에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다. 

꼬불꼬불 호두 속 같은 골목길은 불가피하게 없어졌지만, 
따뜻하고 정다운 골목길 문화는 그대로 가져올 것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위하여... 




2           0
 
Utata  |  2018-02-06 06:50     

공감이 됩니다.

찾아간 한국은 고향 냄새를 찾기가 힘듭니다.
친구들도 낮설기만 합니다. 주장이 강하고...

오랜만에 보는 직장동료들도...

돌아오는 캐나다 비행기가 더 고향 같습니다.

첨듣는 노래입니다. 이따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 겠네요.


안희선  |  2018-02-07 10:25     

사실, 요즘의 한국은 너무 서구화된 탓인지..

회색빛 풍경도 그렇고, 사람들의 심성도
극단적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죠

본래의 우리 민족의 선하고 정겨운 마음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고..

- 마치, 아련히 사라진 따뜻한 골목길처럼

그래두, 고운 추억은
정지된 시간 속에
그렇게 언제나 살아있음을..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Utata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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