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전 법정 스님의 대학시절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 제공
스님께서 자신의 입적入寂을 예감하셨음일까..
마지막 수필집의 제호題號가 '아름다운 마무리'인 걸 보면.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와 반복의 여지를 남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거듭난다.
진정한 자유인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茶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한다.
그것은 삶에 새로운 향기와 빛을 부여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한다.
맑은 가난과 간소함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소유의 비좁은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또한 단순해 지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줄 안다.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서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 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中에서
지나치리만큼, 자신에게 엄격하셨던 분.
하지만, 대중大衆들에겐 한 없이 자애慈愛로웠던 분.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말씀을 가슴에 담으며...
- 희선, 손모음
법정(法頂, 속명[본명] 박재철[朴在喆],
1932년 11월 5일[음력 10월 8일] ~ 2010년 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