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김복례 문우님 영전에 / 목연 조윤하
우리가 떠나온 조국땅엔
지금쯤 봄빛 가득히 꽃소식 전해오는데요
우리 사는 이 땅엔
청명 한식 절기 다 지나간 4월의 북국
아직도 하얀눈 벌판을 덮고 있네요
밤마다 한 줌씩 쌓이는 눈소식 지겹다며
"우리 언제 만날까요?"
"눈 좀 녹으면 만나요"
"날 좀 풀리면 화창한 봄날 만나요"
힘든 몸으로도 방문길을 염려해 주시던
전화속 낭랑한 음성을 너무도 마음 놓았던 어리석음이
뜻밖에 들려 온
가슴 때리는 벽력같은 소식
역시 4월은 참 잔인한 달이군요.
죽을듯이 힘들었던 지난 겨울도 무난히 넘기시고
잔기침 거두고 매화망울 꽃잎 열어
그 향기 우리들 앞에 풀어내시리라 믿었는데
눈꽃위 붉은 동백으로 꽃잎 떨구셨군요.
낯선 이민지에서 문우모임을 권유했던
제 발길을 앞장 서서
끝길까지 자리 지킴을 고수하신 그 열정을
우리 모두는 존경과 경의를 표했지요.
어느해
무릎 수술이 끝난 입원실 창문을 통해
반짝이는 호숫물 위
자유롭게 물갈퀴를 부리는 물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나도 퇴원하고 저렇게 자유롭게
걸어 보았으면 좋겠어요" 하시던
친구여,
우리 헤어짐이 아쉽고 안타까운 석별이어도
이제는 그 소원 천상잔치에 초대되어
아픔도 슬픔도 불편함도 없이
하느님 곁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할께요.
지상의 슬픈 고별의 눈물 거두고
천상의 영원한 평안을 위한 미사곡 을 올려드려요.
안녕이란 말,
사랑으로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