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일행이 전용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헸다. 이같은 소식은 폼페이오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조선(북코리아) 영공에 들어서자마자 올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만 갔다오면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즉시 특사를 평양으로 보내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북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관중'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조선 사법당국에 수감되어 있는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을 데려오기 위해 국무장관 일행이 평양에 간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것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보는 국무부에서 흘린 것이니만큼 실제로 미국인 수감자들을 전용기에 태우고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특사 전용기가 미국인 수감자 세 명을 태우고 미국으로 돌아오든 말든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다. 국무장관 일행이 평양에 급파된 진짜 중요한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하나마나한 소리들만을 토대로 보도를 하는 제도언론의 피상적인 정보만 접하고 있으면 현재 북미간 물밑협상이 어떤 의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그런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는 기껏 북핵폐기의 강도와 범위를 둘러싸고 백악관 강온파 사이에, 또 북미 사이의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정도의, 궤도를 크게 벗어난 헛소리 대잔치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나는 지난 번 글에서 "관전을 제대로 하려면 ‘북핵폐기’라는 수사적 가림막을 걷어내야 게임이 제대로 볼 수 있다" 고 전제한 후 "미중패권경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미국으로서는 북코리아같은 동북아시아 신흥군사강국을 더 이상 적대국으로 방치하는 것이 백해무익하다고 일찍부터 판단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핵폐기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조금만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를 완벽하게 폐기하려면 다음과 같은 실현이 불가능한 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해야 한다.
몇 기의 핵무기가 어디에 각각 비장되어 있는지, 핵무기 개발시설이 어디어디에 있는지, 핵무기 개발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몇 명이며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 사는지, 핵무기 제작, 조립, 작동 메카니즘과 관련된 수리적 공식과 제원, 실험검증자료 등을 기록한 자료의 원본과 사본은 몇 개가 있으며 어디에 어떤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지 등을 단 한 가지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파악해서 확보된 핵무기와 관련자료들을 모두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고, 해당 분야 과학자들과 기술자들 역시 모두 체포해서 구금하든지 아니면 미국으로 데려가야 한다.
조선이 이 모든 것을 스스로 고백하지 않는 이상 북핵의 CVID 폐기라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몽상에 불과하다. 조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언감생심 이런 불가능한 것들을 조선에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언으로서의 비핵화'와 상호적대관계청산이다. 조선이 비핵화 선언을 받아들인 것은 미국이 그 동안 조선이 요구해 왔던 핵심사항들 중 중요한 부분들을 이미 수락했기 때문이다.
조선이 요구해왔던 핵심사항이란 말할 것도 없이 첫째 코리아반도 종전, 즉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둘째, 북미수교 및 상호적대관계 완전청산, 셋째 대북대항군 개념으로서의 주한미국군 철수다. 현재 피상적으로나마 흘러나오고 있는 백악관발 보도들을 토대로 추론해 보면,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기본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고, 주한미국군의 철수 역시 육군중심의 편제가 전쟁발발시 조선의 강력한 재래식 전력에 노출되어 몰살당하거나 순식간에 대규모 포로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단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고 공격개념의 전략부대인 주일미군의 통제를 받는 기동군 형태로 전환한다는 백악관의 주장이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역시 대북방어군 개념이 아닌 기동군 편제의 평화유지군 개념의 부대는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보수논객들과 야당은 며칠 전 마이크 폼페이오가 북핵폐기의 형용사적 원칙을 CVID 를 PVID 로 바꾸었다며 손뼉을 치며 좋아했는데, 나로서는 그들이 왜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지 당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요즘 한국의 보수가 하는 언행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단체로 moron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종종 할 때가 있다)
미국이 Complete 를 Permanent 로 바꾼 이유는 다음과 같다.
Complete Denuclearization 즉 완전한 핵폐기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므로 만일 이 원칙에 의해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폐기절차를 밟을 경우 불완전한 핵폐기의 모든 책임을 나중에 그 폐기절차의 행위주체였던 미국이 몽땅 뒤집어 쓸 우려가 있다.
Complete 라는 용어 대신 Permanent (영구히) 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나중에 잔존북핵의 존재가 드러나더라도 불완전하게 일을 처리한 미국의 책임보다는 '영구히' 라는 약속을 어긴 조선에 더 책임이 있게 되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핵의 존재를 빌미로 언제라도 조선에 대한 정치공세를 하든말든 그때 정세에 따라 다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게 된다.
조선의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갔다오기만 하면 바로 그 다음 날 쏜살같이 평양으로 날아가기를 반복하는 트럼프의 특사가, 이미 그렇게 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한 수사적 선언(북핵폐기선언)을 새삼스럽게 재확인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갔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가 조선에 뻔질나게 가야하는 진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아마도 그것은 보다 본질적인 북미양국관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관계가 있을 것이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조선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굴욕적인 저자세를 보이며 조선의 지도자가 방문할 때마다 별 것도 아닌 행사를 일부러 키우면서까지 1 천 여 킬로터미터를 날아와 그를 성대하고도 정중하게 맞이하는 중국 수뇌부의 행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국무위원장이 머물렀던 이틀동안 중국 정부는 손님 경호를 위해 인구 7 백 만 명의 이 도시를 완전히 마비시키다시피 했다. 마오쩌뚱이 부활해서 이 도시를 방문했다고 해도 이런 과대영접행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주석을 1 천 여 킬로미터 날아와서 영접하게 만들고, 미국의 대통령을 파블로프의 개 훈련 시키듯 특사 보내기를 반복하게 하는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결단코 간단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유사이래 코리아반도에 존재했던 나라 중 이만한 주도권을 가지고 강대국들을 손 안에서 흔들면서 가지고 놀다시피하는 형국을 보여 준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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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방문 직후 특사 방문을 연관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파블로프의 개에 비유한 표현은 싸르니아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제 허락 또는 재인용 표시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