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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번 볼까말까한 금세기 최대의 역사쇼를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6 월 싱가포르행을 결정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기의 담판장 후보로 회자되고 있는 호텔 몇 개는 벌써 객실이 모두 매진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기자들과 프리랜서들의 숫자 역시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싱가포르에 가려면 LA 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직항을 이용하면 된다.
캐나다에서는 싱가포르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다.
과거에는 서울을 경유하는 싱가포르항공이 밴쿠버에서 출발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밴쿠버에서는 인천, 홍콩, 타이베이, 베이징, 상하이, 쿤밍, 샤먼, 도쿄 나리타, 도쿄 하네다, 오사카-간사이 등, 동아시아 어느 도시든 한 번 경유해야만 싱가포르에 갈 수 있다.
평양을 배제한 이유는,
짜고치는 결과의 뻔한 예측가능성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1976 년 도쿄에서 열렸던 안토니오 이노끼와 무함마드 알리의 종목을 알 수 없는 대결처럼 죽도밥도 아닌 게임이 되면
비싼 돈 내고 경기장에 들어 온 관중들이 난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었다.
그랬다가는 노벨평화상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탄핵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싱가포르는 미-영을 주축으로 한 서방제국에게 재수가 없는 도시다.
다방면에 결쳐 아는 게 별로 없기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선수인만큼 이런 것 역시 제대로 알리가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76 년 전, 당시 서구제국주의의 대표선수 영국이 싱가포르에서 일본에 의해 무장해제 당했다.
싱가포르 실로소 요새 해변,,,,,,
바로 이 곳에 있는 영국군 요새에서 대영제국은 일본에게 무장해제 당했다.
이 날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공포와 수치심에 휩싸인 채 망연자실했다.
“대영제국이 역사상 최악의 군사적 패배를 당했다"
"서구문명의 자존심이 싱가포르에서 제국일본에게 무참하게 박살났다"
"영국과 미국은 침묵과 비탄에 잠긴 반면 (놀랍게도) 아시아는 열광했다”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전 세계에 타전됐었다.
미국으로서는 하필 이런 재수없는 장소를 담판장소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6 월 12 일 그 날 밤, 도널드 트럼프 선수는 호텔방에서 이런 불평을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어떤 놈이 여기 오자고 했어? 싱가포르에만 오면 일이 틀어지잖아. 한 마디로 재수가 없는거지.."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거다.
미국과 조선(북코리아)가 공동승리하기로 서로 합의한 이상 이 날의 담판 이후 종전선언-평화협정-양국수교의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선수의 컨디션이다.
트럼프 선수는 싱가포르로 가기 전 캐나다 퀘벡주 '샤를봐' 에서 열리는 G7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동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캐나다 사람들조차 이름을 들어 본 적이 별로 없을 작은 강변마을 샤를봐에서 그가 만나야 하는 6 명의 정상 중 일본의 아베 신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 얼굴만 떠 올려도 분통이 터지는 꼴도 보기 싫은 년놈들이다.
꼴도보기 싫은 년놈들과 같은 숙소 같은 식당에서 며칠을 함께 잠자고 식사한 후 기가 다 빠진 상태에서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쉴 새도 없이 싱가포르로 출발해야 한다.
그의 전용기가 출발하는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싱가포르까지의 항로거리는 약 1 만 6 천 킬로미터다.
웨스트바운드 비행이기 때문에 가는 길은 비행시간만 무려 17 시간에 달한다.
재수가 없으려고 그 날 비행 중 평소보다 강한 편서풍에 걸리면 속절없이 한 시간 더 가야 한다.
G7 행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에다 초장거리 비행에 녹초가 되어 싱가포르에 도착하자마자
자기가 상대하기 버거운 강적과 마지막 담판을 벌여야 하는,
극한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회담이 중지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싸르니아는 이게 더 걱정이다.
운명의 그 날 마지막 순간까지 Don 이 쓰러지면 안된다.
홍삼이든 헤모힘이든 닥치는대로 주워먹고 힘내라 Don !!
싱가포르에서는 딴 데 정신을 팔고 다녔는지 맘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