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ndemandkorea.com/a-whole-new-class-were-taking-questions-e19.html
제가 즐겨보는 TV쇼 중에 하나인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4차 산업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IoT)과 같은 신기술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정재승 교수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매력적고요, 참여한 게스트들도 지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기술개발의 역사와 어려움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로 알찬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Sophia처럼 기본적인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인간이 기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도 게스트들 간에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일요일마다 챙겨보는 Westworld 라는 쇼의 핵심이 바로 이 문제인데, 인간과 구분할 수 없고 심지어는 어떤 면에서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로봇들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는 윌리엄 골드윙의 소설, 파리 대왕 (Lord of the Flies)에 나오는 보이스카웃 아이들처럼 원초적이고 잔인합니다. 시뮬레이션이긴 하지만 자아 의식과 고통을 느끼는 로봇에게 폭력과 학대를 가하는 것이 인간이 지양해야할 가치관인지 아니면 허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쇼의 매력인데, 섹스 로봇이 상용화되고 소피아 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조만간 보급될 수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합의된 판단 기준과 규칙을 세워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쓰고 있지 않지만,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를 쓰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하나씩 늘고 있더군요. 어린 아이들은 이제 식구처럼 대할 정도로 그 인지수준이 놀랄 만 하다고 하는데, 정재승 교수가 인생영화라고 소개한 Her 라는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교감을 하고 깊은 사랑의 감정을 나눌 수도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마인드는 단백질로 이뤄진 뇌 속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리콘 속에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ubstrate-independence (자질독립성) 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지능), 뇌 같은 탄소화합물로 이뤄진 장치에서 가능할 뿐 만 아니라 어떤 물질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AI 연구원들의 주장입니다. 더 자세한 것은 아래 Life 3.0의 저자 Max Tegmark의 기사를 참고하세요. https://www.edge.org/response-detail/27126
다시 4차 산업 얘기로 돌아와서, 차이나는 클라스 18번째 에피소드에서 정재승 교수가 앞으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교육을 시켜야할 지 전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없는 시대라고 했는데 저는 지금도 이미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20대 때 휴학도 몇 번 하면서 전공을 수시로 바꾸면서 대학교에서 방향을 잡지 못 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되돌아 보면, 지금은 오히려 개론 레벨의 과목들을 이것저것 들어놨던 것이 한데 모여 지금 생활하는 데에 점차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긴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우울증세도 좀 있었던 것 같고 다시 돌아가기 싫은 그런 느낌이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공을 선택할 때 부모님의 강요가 없었다는 것인데, 그 덕에 방황하는 시간이 좀 있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게 돼서 내 인생에 대해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없고, 그 때문에 부모자식 간에 관계를 해친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던 친구들도 몇몇 있었는데, 부모의 강한 요구로 의대나 법대를 갔다가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 하고 중도 하차하거나, 전문직을 포기하고 다시 원하는 것을 찾아 학교로 돌아간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지지해 주지 못 하고,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자식에게 강요했던 집안을 보면 대체적으로 부모 자식 간에 왕래도 없고 서로 연락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의 친척 중에도 비슷한 이유로 70을 훨씬 넘기신 모친에게 명절에 전화 한 번 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들의 욕구를 꺾고 자신의 아집으로 자식들의 삶을 통제해 왔던 결과로 생긴 응당한 댓가인 셈이죠. 이런 경우는 아무리 자식이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어도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어떤 지식을 더 빨리 가르치고, 어느 학교로 보내야 하나 고민할 게 아니라, 뭘 재미있어 하는 지 평소에 유심히 관찰을 하는 게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식이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해서 당신들이 아는 지식 한도 내에서 특정한 career path를 권고 해 왔고, 제 생각에 70-80년 생들까지는 이런 전통적인 교육방식이 어느 정도 성공 확률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부모님들의 지식으로는 자녀들의 10-15년 뒤 장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 뿐 아니라 의료, 법률 같은 서비스 산업에까지도 머신 러닝,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인간의 노동력 가치는 점차적으로 전기세 수준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직업의 복잡성에 따라 그 도입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직업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거의 모든 노동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됐을 때, 나와 자식들은 무슨 일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하기 전에, 뭘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까 하는 고민을 해 보는 것이 훨씬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취미활동에 대한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데, 내 노동가치가 전기세 수준으로 떨어져서 정부에서 주는 기본수입만 가지고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하루 종일 뭘 하고 살고 싶은 지 생각을 자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집에서 직접 농작물을 키우는 것에 재미를 들여서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수직농장 (vertical farm)을 배워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Farmbot이라는 것도 생겨서 미리 프로그래밍을 해 놓으면 로봇 팔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서 자동으로 씨도 심고, 물주고 잡초까지 제거해 주는 오픈소스 솔루션도 흥미롭고요. AirBnB는 이제 여행 경험까지 호스트들이 다양하고 자유롭게 디자인해서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의 패키지형 투어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런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일들을 개인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해 주면서 즐기는 것이 미래형 직업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머신 러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시면 캘거리 meetup 그룹이 있습니다. 매 행사 때 마다 인원이 늘어서 지난 주에는 ATB 본사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한 200명 가까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분야는 변화가 빨라서 학교 같은 환경을 찾는 것 보다 전문가들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주고받는 얘기가 더 영양가가 높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