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성서의 저자는 하늘 위의 하느님이 아니다. 성서는 천여 년에 걸쳐 다른 시대와 다양한 지역에서 수십명의 고대인들에 의해 기록된 지극히 인간의 작품이다. 성서는 모든 문제에 답할 수 있는 백과사전이 아니다. 물론 오늘날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성서는 과학책이 아니다. 더욱이 많이 읽으면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마술책도 아니고, 무작정 암송하고 믿어야 하는 교리책도 아니다. 성서가 문자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믿음은 기독교 내부의 극소수 성서근본주의자들의 망상이다. 역사적으로 중근동 지방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들은 성서를 시적이고 신화적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은유적으로 읽고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서가 담고 있는 진리와 지혜를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성서는 온 인류의 경전이 아니라, 많은 경전들 중에 하나일뿐이다. 즉 성서는 절대적인 권위가 아니라, 많은 권위들 중에 하나일뿐이다. 성서는 기독교의 하나님만이 진실하고 다른 종교들의 하나님은 가짜라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책이 아니다. 이러한 발상은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배타주의와 우월주의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성서의 핵심은 내세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인간이 다른 인간들과 생명들과 자연과의 상호의존관계를 지키며,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유하게 창조적으로 사는 길잡이가 되는 지혜서이다. 결론적으로,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종교와 교육과 문화를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의 기초 위에 세워야 한다. 이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현실적인 사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독교의 성서직역주의자들이 주장하는대로, 태초에 창조주 하느님이 인간의 생명을 만들었다는 창조론 때문에 지구촌의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사람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 또한 이 창조론과 함께 원죄론이 인류사회를 흑백으로 분리시켜 인종차별, 빈부차별, 계급차별, 종교차별, 성차별을 정당화했다. 근대 인류사에서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은 세계를 식민지화하고 노예제도를 정당화했으며, 지금도 그 망령이 특히 미국과 세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138억 년 우주진화 역사에서 인간의 자연적인 출현과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는 창조론의 피해자들에 대한 간단한 예를 들자면, 여성낙태를 불법화하거나 제한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 또한 인간의 자연적인 성적본능을 무시하고 동성애자와 성전환자에 대해 비인간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인간은 우주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개체들 중에 하나이다. 우주의 법칙에 따르면 우주는 하나의 생명의 망 즉 하나의 몸을 이루기 때문에 어느 한 개체라도 고통을 당하면 그것은 전체의 고통이 된다.
오늘날 초등학교에서 인간의 생명을 하느님이 만들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더욱이 고등학교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가면 생명에 대해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해서 이해한다. 한편, 기독교 교회 내부에서는 3천 년 전에 기록된 창세기에 하느님이 입김을 불어넣어 인간의 생명을 창조한 신화적인 이야기를 읽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성서저자가 과학적인 사실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신비스러움과 성스러움을 은유적으로 즉 서사시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문자적으로 즉 과학적인 이야기로 믿는 것은 대단히 우수꽝스러운 일이며 또한 위험한 일이다.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이 만들지 않았다. 21세기에 생명의 기원과 의미는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에서 탐구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즉 인간의 본성에 대해 협소함과 편협함에 빠져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을 종교, 교회, 사찰, 국적, 인종, 지연, 학연, 가문, 등의 작은 세계 속에 감금시킴으로서 부족적인 생존의 두려움에 빠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존엄성인 창조성과 자율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더 넓게 확장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은 광대한 우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서 우주라는 하나의 생명의 망의 개체들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마치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가 다른 가정에서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어느 날 자신의 정체성과 고향이 어딘지를 발견한 것과 같다. 우리는 우주먼지에서 만들어졌다는 우주적 혈통을 인식하면, 우리의 삶과 가치관은 새롭게 변화되며, 죽음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에서 자유할 수 있다.
우주진화적 세계관에 따르면, 더 이상 하늘 밖 다른 세계에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하느님/야훼/알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대인들이 믿었던 삼층 세계관의 하느님은 지난 2-3백년 동안 과학이 발견한 공개적 계시의 현실에 적합하지 않으며, 더욱이 부족적인 종교의 하느님은 수천억 개의 별들을 포함하고 있는 은하계와 수천억 개의 은하계를 포함하고 있는 광대한 우주를 포용하기에 너무 협소하고 편협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하느님은 오직 기독교인만, 회교도인만, 유대교인만, 가톨릭교인만 구원하는 이분법적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우주진화적 세계관에 따른 하느님의 의미는 생명과 죽음, 구원과 징벌, 거룩과 세속, 흑과 백, 더럽고 깨끗함, 종교, 인종, 남여, 성적본능, 인간과 동물 등등 인간들이 쌓아놓은 생존의 경계들을 넘어 모든 것을 너그럽게 우주적으로 포용한다. 우리의 조부모님들이 태어났던 때의 과학자들은 은하계가 우주 전체이고, 태양은 은하계의 중심 즉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21세기에 우리는 인공위성을 외계에 올려보내 창문 밖으로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자녀들은 지구에서 610km 상공에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에 대해 배운다. 우리는 이 망원경 덕분에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으며, 우리의 우주 이외에 수많은 다른 우주들이 있다는 다중우주론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2023년에 하와이 섬에 세계 최대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면 130억 광년 거리까지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세계 이외에 다른 세계와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보낸 사진들 중에 뒷배경이 초록색이며 현란한 황금색 가스기둥들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이 기둥 모양들을 이글 네블라(Eagle Nebula)라고 하며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은 종교적 또는 영적 의식을 성숙하고 심층적인 단계로 이끌어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 현대인들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다른 우주망원경들이 보여주는 우주의 살아있는 모습들을 통해 영적으로 태초의 창조성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공개적 계시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견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무작정 믿는 믿음에 혼돈과 갈등에 빠져있으며, 자율적인 깨달음에 이르기를 갈망하고 있다. 한편으로 수많은 사람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보내주는 사진들을 보고 우주와 친밀함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는다. 우리 각 사람은 자신의 몸 속에 138억 년의 우주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나이는 138억 년이다. 우리는 진화하는 우주가 구체화된 개체들이며, 자아의식을 지닌 특이한 생물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의 뿌리에 대해서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즉 탄생과 삶과 죽음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기 원한다. 진화의 서사시는 지구에서 첫번째 세포의 기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빅뱅으로 출현한 우주 전체의 기원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진화 이야기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주비행사들과 물리학자들과 천체학자들이 발견한 우주에 대한 공개적 계시(Public Revelation)는 대단히 경이롭다. 예를 들자면, 광대한 우주의 한 개체로 존재하는 블랙홀과 펄사(맥동성)와 광자와 쿽크를 발견한 것은 더욱 신비스럽다. 이 우주 이야기는 인류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우주역사의 이야기는 모든 인종들과 종교들과 문화들과 사상들을 포용한다. 우주 이야기 안에서 우월주의, 배타주의, 제국주의, 부족적인 민족주의는 모순이고 불가능하다. 우리는 우주와 상호의존관계에 있으며, 우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개체들이며, 우리는 우주다. 따라서 우주진화 이야기는 온 인류에게 공통의 경전이다.
간단히 말해서, 태초의 별들은 우리의 족보의 일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우주천체와 더욱 친밀하게 되었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들은 태초에 별 속에 있었으며, 별은 오랜 세월동안 살아있다가 폭발하고 다시 새로운 별로 태어나서 은하계를 이루고 우리의 별 지구가 되었다. 칼 세강이 ‘코스모스’라는 도큐멘터리를 텔레비젼에서 방영했을 때에 어느 여성은 우주의 출현을 보면서 자신의 생애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나는 우주와 만물과 모든 생명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우주먼지로 만들어졌고, 죽은 후에 다시 우주먼지로 돌아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생애를 변화시켰습니다.”
우리는 빅뱅의 우주먼지에서 왔다. 우리는 6천 년 전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미리 설계한대로 6일 만에 완벽하게 만든 완성품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는 우주먼지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화학원소들은 138억년 전 빅뱅에서 시작되었다. 우주먼지인 원자들이 생겨난 것은 단순히 과거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분광계와 다른 측정기구들을 사용하여 별에서 발하는 빛의 스팩트럼(분광)에서 화학적인 특징을 식별하여 물질의 구성요소를 검출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별이 새로운 원자핵을 탄생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은하계들에 퍼져있는 수많은 별들에서 창조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뉴톤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빛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별에서 떠나 지구에 도달하는 광자의 흐름으로부터 별이 지니고 있던 화학원소들을 측정할 수 있다. 1957년에 최초로 과학자들은 수학과 핵화학과 열역학을 이용하여 빅뱅에서 탄생한 수소원자들이 엄청난 압력으로 계속해서 복합적인 원자들과 융합해가는 단계들을 계산할 수 있었다.
138억년 전 빅뱅 이후에 시작된 핵융합이 없었더라면 복합적인 원자들과 분자들과 세포들과 지구상의 지층들과 생물들의 존재는 불가능했다. 이러한 과학의 공개적 계시없이, 별들은 아주 멀리 떨어진 태양들이며, 유한하며, 오래 전에 죽은 별들은 우리 자신들의 조상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주먼지에서 만들어졌다는 우리의 혈통적인 뿌리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를 이해한다. 우리는 우리의 족보가 138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과학적인 기원은 수만년 전 동굴 안에서 그리고 21세기에 교회와 사찰에서 들려지는 온 인류에게 성스러운 이야기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우주와 생명의 출현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우주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민족적으로 세계적으로 인류 공통의 창조 이야기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우주먼지에서 왔고, 우주먼지로 돌아간다는 공개적 계시는 생명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우주적으로 이해하도록 요청한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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