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재발견하는 일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 시대에 기독교 교회 내부에 진솔한 지도자가 있는가? 자신의 가슴으로부터 용기와 정직함을 갖고 21세기에 새로운 의미의 종교와 하느님에 대해 말하는 신앙인이 있는가? 낡고 진부하고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으로 제한시키는 교리 넘어 심지어 이단자와 회의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기만하는 종교를 거부하고, 정직하고 양심적인 신앙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교회 내부에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거나 계속해서 떠나고 있으며, 남아있는 사람들도 갈등과 혼돈 속에 빠져있다. 또한 이미 떠난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심지어 반세기 이내에 교회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실제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유럽의 교회는 여행자들의 관광코스로 전락했으며, 관광객들이 재정적인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또한 북미의 주류 교단들은 내부구조를 대폭 축소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해서 재정난을 극복하고 있다. 더욱이 젊은이들이 목회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으며, 신학교 입학을 거부한다. 오늘날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기독교 성서에 관한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 즉 성서의 근원과 성서의 권위와 성서의 해석법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진부하고 비상식적인 억지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참조: CN드림, 자유게시판 연재칼럼 16 -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이 창조하지 않았다! 인간은 우주먼지로부터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했다!]
고대에 부족들과 민족들은 각기 고유한 전통들을 세웠으며, 이것이 죽음과 생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참된 인간의 삶을 이루어가는 길잡이가 되었다. 이 전통들은 제도적인 종교로 발전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희망과 비전을 은유적으로 기록했으며, 이것이 공동체의 경전이 되었다. 따라서 위대한 전통들의 경전은 원초적으로 우주적인 진리를 담고 있으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적절하도록 수정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근본주의자들은 성스러운 경전을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 삼기 보다 오히려 악마의 도구로 전락시켜서 사람들을 탄압하고, 인간의 본성인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을 박탈했다. 역사 속에서 진실한 경전이 악마의 앞잡이가 되었던 때의 네 가지 사례가 있다: (1) 경전을 절대적인 진리와 권위로 주장할 때, (2) 경전에 문자적이고 타율적인 맹종을 강요할 때, (3) 경전의 목표를 죽은 후 내세의 길로 강요할 때, (4) 불의한 일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때, 다시 말해, 하느님의 이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인권을 탄압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인종과 빈부를 차별하고, 전쟁을 일으킬 때. 3천5백 년의 인류사에서 인습적인 종교들은 경전을 악마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경전종교를 자처했다. 따라서 인류사회에 우월주의와 배타주의를 자행하면서 더욱이 이것을 하느님의 축복으로까지 착각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1세기에 부족적인 경계 넘어 온 인류의 평등과 자유와 평화를 위한 인류 공통의 경전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날 현대과학은 위대한 전통들 중에 하나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가장 최근의 전통으로서 과학은 온 인류에게 인종과 종교의 경계 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진리를 계시하고 있다. 물론 과학이 계시하는 진리는 다른 전통들의 진리처럼 절대적인 것이 아니지만, 종교, 교육, 문화, 정치 그리고 경제의 든든한 기초가 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세계적인 생물학 교수이며 두 차례에 걸쳐 풀리처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윌슨은 우주진화 이야기는 인간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신비스러운 이야기들 중에 가장 훌륭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주류 과학계에서 발견하고 관찰한 우주는 인류의 산 역사이다. 우리의 우주진화 역사는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fiction)가 아니라, 실제적인 사실(fact)이다. 인간의 근원이고, 인간의 몸 그 자체인 우주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 이야기는 모든 인류에게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큰 그림이다. 우주를 계시하는 과학은 우리의 종교적이고 철학적이고 영적인 이야기의 기초이다.
과학에 근거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는 온 인류에게 공통의 창세기이다. 인간들과 모든 생명들 중에 어느 한 개체라도 이 이야기에서 제외될 수 없으며, 모든 생명들은 하나의 망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이야기는 별들과 은하계들의 형성과 생명의 기원으로부터 인간의 의식과 문화의 발전까지 모든 생명들이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서로 염려하고 돌보아야 하는 이야기이다. 우주 이야기는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이야기이다. 과학은 실제적인 사실이고 여기에서 종교적, 영적, 철학적 그리고 예술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와 에드워드 윌슨은 우주진화 이야기를 미학적으로 묘사했으며, 미국의 환경보호주의자 알도 레오폴드는 ‘생명의 오딧세이’(오딧세우스의 장기간에 걸친 모험 여행을 그린 호우머의 서사시)라고 표현했으며, 인류학자이며 종교적 자연주의자인 로렌 아이슬리는 ‘광대한 여정’이라고 묘사했고, 지질학자이며 가톨릭 신부인 토마스 베리는 우주 이야기를 ‘위대한 이야기’ 라고 선언했다.
간단히 말해서, 138억년 우주진화의 위대한 이야기는 온 인류에게 성스러운 이야기이다. 생명들과 만물이 출현한 복잡성과 경이로운 창조성의 진화과정은 인간의 위대한 이야기이다. 온 인류의 전통들은 이 위대한 이야기 안에 담겨져 있다. 따라서 위대한 이야기는 종교들의 창조 이야기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우리가 종교와 문화와 자연의 역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위대한 이야기는 온 인류가 인종과 종교와 사상의 경계 넘어 통합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위대한 이야기의 특징은 크게 여섯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1) ‘위대한 이야기’의 핵심인 진화는 타자(他者)로서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행위가 아니다. 하느님이란 인간의 외부 또는 세상 밖의 별개의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자아의식의 정신적 산물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인간이 자연현상과 사건들로부터 이성적 또는 감성적으로 느끼고 깨닫는 내면의 영적 실제(Spiritual Reality)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 하느님은 얼마나 실재적(實在的)이어야 하나? 종교들의 신화적인 창조 이야기는 문자적으로 읽으면 참 의미를 잃는다. 다시 말해, 은유적으로 기록된 창조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신/하느님이 이미 준비된 설계에 따라서 세상을 단번에 만들고 완성시켰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우주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선포한다. 진화는 성스럽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창조이다.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진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 인간은 이 땅 위에서 진화의 창조가 계속해서 일어나도록 협력할 책임이 있으며, 우리 모두는 이 놀랍고 도전적인 모험에 함께 동참하는 동역자들이다;
(2) ‘위대한 이야기’는 어느 특정 종교계 또는 과학계의 주관적인 가설이 아니라, 지구적인 사실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인류의 다양한 문화들은 위대한 이야기을 경축하고 이 이야기를 위해 공헌한다. 오늘날 천체학, 지질학, 생명공학, 환경공학, 의학, 분자생물학, 우주공학, 양자물리학, 전자공학 등이 전개하고 있는 과학적인 사업들은 지구 전체의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위대한 이야기는 민족과 종교적 전통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환영받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과학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속해 있는 종교적 전통에서 인류의 공통 창조 이야기가 사실이고 종교와 교육의 기초가 됨을 증언하고 있다;
(3) ‘위대한 이야기’는 물질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험적이고 이론적인 과학은 실제적인 사실 즉 물질에 대해서 탐구한다. 위대한 이야기는 우주 이외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에 대한 것이 아니다. 고대인들이 이원론적으로 상상했던 물질적인 세계와 영적인 세계의 분리, 몸과 영혼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위대한 이야기의 핵심은 지금 여기의 물질세계 속에서 오늘 순간순간을 의미있게 그리고 두려움없이 자유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위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변한다. 다시 말해, 시대와 환경에 따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해석한다;
(4) 오랜 세월 별거상태에 있는 과학과 종교는 결합해야 한다. ‘위대한 이야기’는 과학과 종교가 한 몸이 될 수 있는 길이 된다. 무엇보다 인종차별,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극심한 빈부차이, 생태계 파괴, 종교전쟁, 그리고 테러가 들끊는 세계가 평화와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세상이 되기 위해 종교와 과학의 결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통적인 종교들의 창조 이야기들은 우주진화가 발견되기 전, 과학의 개념이 무지한 당시의 삼층 세계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21세기 첨단과학의 현대인들은 새로운 우주관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고대의 창조 이야기들을 현대과학에 근거하여 재해석해야 한다. 과학적인 인식에서 출현한 위대한 이야기는 오늘날 인류에게 긍정적인 도전이 되며 두려움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희망적인 대안이 된다;
(5) ‘위대한 이야기’는 기존 종교들의 틀을 넘어선다. 그렇다고 위대한 이야기가 기존 종교들과 경쟁하여 새로운 종교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 세상에 하나의 종교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위대한 이야기는 전 세계의 종교적 또는 영적 전통들이 심층적으로 성숙해지는 길이 된다. 이 이야기는 어느 특정 종교와 인종과 국가를 두둔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 인류가 화합할 수 있는 길이며, 형이상학적인 죽음 후의 내세보다 실제적인 현세을 더욱 중요시 하기때문에 오직 하나의 세계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길이다. 물론 다양한 종교와 문화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위대한 이야기로부터 의미와 목적를 탐구할 수 있다;
(6) ‘위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고대 전통들의 이야기는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물론 과학적인 새로운 발견이 폭넓게 입증되고, 우리가 우주의 위대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도 어느 때가 되면 변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같은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없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미래의 물결의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담대하게 환영해야 한다. 사실상, 새로운 세계관과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며 불편할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2006년에 과학계는 명왕성을 태양계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우주의 위대한 이야기는 변화하는 이야기이다. 종교와 과학에 관한 많은 책들을 출간한 성공회 신부 폴킹혼은 캐나다의 가장 보수적인 도시 캘거리에서 행한 강연회에서 ‘하느님은 미래를 모른다’고 선언했다. 주류 과학계는 우주의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해서 우리는 우주의 미래를 알 수 없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면서 과학이 변화하듯이 우리의 위대한 이야기도 끊임없이 변해 간다. 경전들의 문자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겠지만, 문자들 뒤에 보이지 않게 숨겨진 메시지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변화하고 성숙해 진다. 기독교 구약성서의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은 돌판 위에 새겨진 문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느끼고 깨닫는 지혜라고 예언했다. 어떤 불교의 스승은 ‘길에서 부처를 만나면 죽여라!’ 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다시 말해, 경전 속에 문자적으로 고정시킨 변하지 않는 이야기와 신앙과 사상은 썩어서 죽고 만다. 138억 년동안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해 온 ‘위대한 이야기’는 온 인류에게 성스러운 경전이며, 우리 각 사람의 삶을 두려움과 욕심없이 자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의 대안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마커스 보그. 성경 새롭게 다시 읽기.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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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쉘비 스퐁.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한국기독교연구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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