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사를 하는 중 잠시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보니, 그동안 10가까이 집 앞을 지켜온 둥근 가로등이새삼스럽게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밤이 온다는 전언의 표시로 불을 밝히는 가로등이 참 고마웠습니다. 나무, 바람, 가로등, 쉼, 햇발 등 모든 것은 언제나 나의 삶의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나니 이곳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겠군요. 원래 집도 그렇고 세들어 살던 집도 그렇고, 그리고 그 중간에 자리잡은 가로등 하나만으로도 좋죠. 밤이 되면, 불밝힌 가로등 사진을 찍을려고 했는데, 그날 밤 불이 나가서 찍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사하느라 정신 없어서 끝내 못찍고 이곳을 떠났습니다. 살면서 잊고 사는 것이 많은데, 우리 주변에 벗들과 이웃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나중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 매 순간이 참 소중합니다.
집 앞 작은 가로등
-내사랑아프리카
긴 낮의 햇발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물결로 흐르고
바람 곁을 지나니
어느새 벌써
서녘 하늘로 날아
짙은 땅거미.
이제나 오려나
애달아
하늘을 보니
별들이 하나 둘
꽃잎되어 흩뿌려
가슴 살며시
둥근달로 떠올라
환한 미소짓.
빨갛게 향초로
물들인
방 유리창에
달과 별로 만나
불꽃으로 부딪혀
이 밤이 지나도
또 다시 오겠다는
오롯한 맹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