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미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기 보다는,
이 나라 금융자본과 군수산업에 기생하고 있는 주류언론과 전문가집단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코라아반도 비핵화라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오늘부터 등장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철수' 발언과 '한미군사합동훈련 중단' 발언입니다.
비공식 대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선의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에 동의했다는 조선의 주장을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는 나름대로 조심하느라고 그랬는지 "이 문제가 회담의제는 아니었지만" 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나는 이 3 만 2 천 명 (실제 병력수는 2 만 8 천 명)의 병사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발언은 트럼프 캠프 이너써클에서 확정된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한 것 입니다.
아직 conventional power elites가 그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 국방부는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도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폭탄선언을 하는 형식을 빌렸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가리켜 "provocative war game" 즉, 도발적 전쟁책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 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가리켜 도발적 전쟁책동이라고 말한 사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중앙TV 허풍아줌마 리춘히 선생이 아니라,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였습니다.
이 폭탄선언은 미국 내 conventional power elites 에 대한 선전포고 입니다.
이 폭탄선언은 주한미국군의 철군 또는 대규모 감축을 통한 위상변화 프로젝트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CVID 는 조선과의 관계변화를 반대하는 미국내 강경주류와의 이론투쟁에서 나온 허구적 임시 개념이었기 때문에
이런 임시 단어들이 합의문에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 미국 대통령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도발적 전쟁책동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주한미국군 철군을 확고하게 예정하는 발언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지금 미국의 분위기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상상이상으로 참패했다'는 소리 일색입니다.
심지어 '미국에 돌아오지 말고 태평양에 빠져 죽어라' 고 악담을 퍼붓는 사람도 있습니다.
함리적 대북온건파인 조셉 윤(전 국무부 6자회담 특별대표)나 빌 리처드슨 같은 사람들조차 6.12 회담은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백기항복이라고 규졍합니다.
싸르니아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관련 포스트를 통해
싱가포르 센토사 실로소 해변에서 영국에 일본에 패한 전례를 들어 미국도 조선에 패배할지 모르는 '재수없는 장소'라는 점궤를 공개한 적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러나
싸르니아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꼭 미국이 조선에 패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겼다.. 이렇게만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전략무기체계를 완성해서 보유하고 있는 조선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더 미국에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타조가 모래속에 머리를 처박는 행동'이었다면
6.12 합의는 타조가 알 한 개를 내 놓고 협상하는 행동에 비견할 수 있습니다.
발상을 바꾸어 다시 생각해보면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조선을 무장해제시키겠다는 허황된 목표에서 벗어나
그들을 차라리 친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시작한 신통한 사람들입니다.
미국에서는 보기드문 현실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줬다는 그 동영상에 나오는 '소수의 역사 창조자' 라고 까지 할 수는 없으되
최소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겸손하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2018 년 6 월 12 일 미국과 조선은 '일단' 공동승리했습니다.
두 나라가 화해의 악수를 나눈 것은 인류현대사에 길이 빛날 사건(조선말로는 사변) 입니다.
'일단' 축하합니다.
이제 좀 조용하게 살게 된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에게도 축하해야 할 일 입니다.
친구가 된 기념으로 두 나라가 서로 정표를 나누고, 평화를 되찾은 이웃나라들이 서로 기뻐하며 떡을 돌리는 것은 당연할 것 입니다.
(떡을 돌리는 일은 일본이 맡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은 정표로 핵탄두 10 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 2 개를 미국에 선물함으로써 그 나라 회의론자들을 잠잠하게 만들고
미국은 그 정표를 받는대로 경제제재를 깔끔하게 해제하고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으로 화답하면 될 것 입니다.
이 새 친구들의 정표교환절차는 인류에게 다음과 같은 새 속담을 선사할지도 모릅니다.
the angel is in the detail
p.s. 미국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과 조선국가 '아침은 빛나라'가 잘 어울리는 줄은 알았지만, 성조기와 인공기도 그토록 잘 어울리는 줄은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