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그대에게 / 안희선
해마다 추억을 잃어가는 안부(安否)는
모르는 사람의 이름인 양, 생경합니다
그럴수록
내 안에 서리내림하는 날들은
아픈 속살을 드러낸 채
마음 달래듯 햇빛을 쪼입니다
봄이 익어가는 날,
파릇한 신록은 손잡고 거닐었던 기억에
미끄러지는 햇살 따라 사방에 가득하고,
외로운 날개로 솟구치는 신호는 자꾸만
절망에 걸려 깜박입니다
오직 마음 가파른 곳에는 잠들지 못하는
영혼의 파득임
밤낮 머리 씻기운 내 불면(不眠)의 날들이
늘 고요한 그대의 품 안에 출렁이며
눈물 그렁한 젖은 가슴이 됩니다
그 가슴 하얗게 마르도록 새록하니 찍는
그리움의 소인(消印)
화사한 꽃내음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승의 거친 한 자락 바람이라도 좋습니다
머리 희끗하니,
오랜 세월 흘렀습니다
부디,
소식 주소서
<memo>
시의 배경음으로 일본노래를 깔아보았는데요.
日本이라면 저 역시 격렬한 앨러지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문학이나 음악 또는 회화繪畵까지
무조건 배척하고 싶진 않다는 거죠. 예술이란 건 결국, 人生에 대해 뭔가를 말하는 것이란 점에서 그렇단 거.
아무튼, 배경음으로 소개하는 곡은 'Hitoto Yo' 의 2004년 2월에 발매된 5번째 싱글, '하나미즈키(ハナミズキ)'
'하나미즈키'는 나무 이름으로 한국에서의 이름은 '미국산딸나무' , 여기서는 'Hanamizuki' 원어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꽃이 피면, 꽤 이쁘답니다.
미국(産) 산딸나무
이 곡은 '히토토 요'를 대표하는 곡들 중 하나로, 이를 대변하듯 BESTYO에서는
첫번째 트랙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엔카戀歌에 가까운 듯한 독특한 보컬과 애절한 가사가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사물과 자신을 융합시켜 애상哀傷을 표현하는 방법은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美意識과 맞닿아 있습니다
('모노노아와레'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노래는 흔한 이별 노래로만 느껴지지 않네요
- 희선,
하나미즈키 Hanamizuki ハナミズキ Hitoto Yo 一靑窈
하나미즈키(ハナミズキ) - Hitoto Yo
하늘을 밀어올리며
손을 뻗는 그대, 오월의 일이죠
부디 와 주기를
물가까지 와 주기를
꽃봉오리를 줄게요
정원의 하나미즈키
엷은 분홍빛 귀여운 당신의
끝없는 꿈이 분명히 끝을 맺기를
그대와 좋아하는 사람이 백년 이어지기를
여름은 너무 더워서
내 마음 너무 무거워서
함께 건너려면
틀림없이 배가 가라앉아 버릴 거에요
부디 가세요
먼저 가세요
내 인내가 언젠가 결실을 맺어
끝없는 파도가 분명히 멎을 수 있기를
그대와 좋아하는 사람이 백년 이어지기를
가벼이 날개짓하는 나비를 좇아
흰 돛을 펼치고
어머니의 날이 오면
미즈키의 잎을 보내주세요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알지 못해도 돼요
엷은 분홍빛 귀여운 당신의
끝없는 꿈이 분명히 끝을 맺기를
그대와 좋아하는 사람이 백년 이어지기를
내 인내가 언젠가 결실을 맺어
끝없는 파도가 분명히 멎을 수 있기를
그대와 좋아하는 사람이 백년 이어지기를
그대와 좋아하는 사람이 백년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