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파리 갔을 때 첫 번째 찾아간 곳은 페르 라세(Pere LaChaise) 공동묘지에 있는 꼬뮌 전사들의 벽이었다. 황소가 뒷걸음 치다 쥐 잡는다고 숙소 예약한 곳이 공동묘지까지 메트로(전철) 3호선 타고 단 두 정거장이었다. 파리 전철이 낡고 냄새가 나긴 하지만 노선이 다양해 전철만 타고도 파리 구경은 실컷 하고도 남는다. 자전거가 있다면 더욱 좋다.
아침을 먹고 딸이 사준 지갑을 목에 걸고 길을 나섰다. 건망증 심한 애비가 여행을 간다니 딸이 끝내 못 미더웠던지 절대 잊어 버리지(잃어 버리지) 않는 지갑을 사왔다. 14cmX17cm크기의 지갑은 끈이 달려 있어 목에 걸어 셔츠 안으로 넣으니 안전했다. 그 안에는 여권, 신용카드, 그날 쓸 약간의 현금이 들었는데 카드나 돈 꺼낼 때 불편만 조금 감수한다면 소매치기 당할 염려나 분실할 우려가 없었다.
딸을 비롯해 파리 다녀온 많은 사람들 말이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경고인데 나는 단 한번도 소매치기 당한 일이 없고 소매치기 본 적도 없다. 퐁네프에서 집시가 기부하라고 종이를 주는데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보며 고개를 흔들면서 지나가길래 못 들은 척 한적이 한번 있을 뿐 3년 내내 주머니를 털려고 접근한 파리지엥은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하여튼 전철을 타고 강베타 역에서 내렸다. 파리 전철은 서울 전철하고 시스템이 비슷해 서울에서 단련된 사람들은 한번만 타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이정표를 따라가니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먼지와 매연, 이끼에 찌든 묘지 담벼락이 나온다.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니 꽃집과 철문이 보인다. 담벼락을 뒤덮은 담쟁이는 죽은 자들의 손길일까? 강베타 역에서 내리면 묘지 후문으로 들어간다. 정문은 페르 라세 역에서 내리면 된다.